[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리나라 항공·우주·방위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대선 후보 시절 KF-21 전투기 개발과 누리호 발사 등 그간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항공·우주·방위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관련 산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함께 산업 현장에서는 우려하는 분위기 또한 감지되고 있다.
◇ 방산수출 4대 강국 도약 목표
6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우선 이 대통령은 정책 1순위로 우리나라를 세계 4대 방산 강국 도약을 약속했다. 최근 K방산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방위산업을 반도체, 2차전지, 미래 자동차 등과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먹거리로 지정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AI(인공지능) 첨단기술이 적용된 K방산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 위기를 돌파할 신성장 동력이자 국부 증진의 중요한 견인차”라며 범정부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정책기획과 수출금융, 외교 연계까지 일원화한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의 수출 지원 기능도 대폭 강화해 전담 조직 신설과 수출 절차 간소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산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충한다. 이를 위해 방산 수출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액 감면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정책금융 지원 체계도 재편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또한 방산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신흥국과 비전통적 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방산 스타트업 전용 펀드와 기술 창업 지원, 그리고 병역특례 확대 등 인재 양성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첨단 국방기술 개발도 공약에 담았다. 이 대통령은 AI 기반 무기체계, 항공기, 미사일, 위성 등 전후방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목표와 함께 방산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KF-21 후속 차세대 전투기와 독자 기술 기반의 항공기 엔진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 우주산업,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 확보
우주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도 육성한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이 됐다”며 K우주산업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공약으로, 우선 경남 우주항공국가산업단지를 세계적 우주항공 중심지로, 전남 고흥은 우주발사체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발사체, 위성체, 지상장비 등 우주산업 전반에 대한 R&D를 대폭 확대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우주항공청 청사의 조기 완공과 진주·사천 등지에 우수 인재와 기업이 모일 수 있도록 정주 환경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우주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공약에 우주 분야의 리더들은 적극 환영하면서도, 더욱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는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방향성으로 ‘우주경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대형 산업을 가지고 있는 기존 분야와 우주기술을 융합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어야 진정한 우주경제가 될 것”이라며 그 예로 정보통신산업을 꼽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를 우주에 두는 우주데이터센터, 위성을 통해 전 지역에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글로벌 인터넷, 저궤도 위성을 통한 휴대폰 통신 등은 기존 정보통신 시장을 크게 확대해 준다. 그는 “정부의 역할도 국내 우주산업이 이 같은 우주경제로 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스페이스X는 미 정부가 계획을 세워 육성한 것은 아니지만, 미 정부가 위성 발사 등 실질적 수요를 제공하고 민간이 가격경쟁력과 혁신으로 응답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의 우주기술 관련 R&D 투자도 이제는 경제성과 가격경쟁력을 키워 글로벌시장 진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주산업이 자체 경쟁력과 수익성을 갖추려면 가격경쟁력이 있는 재사용 로켓, 저비용 위성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개발이 필수”라고 그는 덧붙였다.
◇ 세계적 MRO 산업 거점 육성
국내 항공정비(MRO) 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인천은 해외 복합 MRO 중심지로, 경남 사천은 군용기·부품 제조 중심지로 각각 특화해 세계적 항공정비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항공정비 부품 국산화 추진과 항공 분야 R&D 지원을 통해 기술 역량을 높이고, 국제협약 가입과 관세법 개정으로 부품 원가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이 대통령은 밝혔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MRO 산업 현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현실적인 한계와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준명 전 한국항공서비스(KAEMS) 대표는 국내 MRO 산업 활성화가 가장 어려운 이유로 물량 확보를 꼽았다.
김 전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 MRO 물량은 군과 항공사가 가지고 있다. 이 물량을 모두 합하면 2000대가 넘는다. 이는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자체 정비를 하거나 해외 외주정비를 보내는 실정이다. 국내 MRO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들 물량을 MRO 업계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그는 국내 인구 감소에 따라 군 병력이 줄어 군이 보유한 방대한 정비 물량을 민간에 위탁하는 로드맵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군이 보유한 기술과 자산을 민간에 이양하는 과정에서 미국처럼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 MRO 기업이 인천 등지에 격납고 등 필수 시설을 구축할 때 초기 투자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정부의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 미래 교통 혁신, K-UAM 산업 선점
도심항공교통(UAM) 산업도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보여주기식에 그쳤던 K-UAM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김포공항 혁신지구를 K-UAM 산업의 허브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포공항 일대를 UAM 산업의 중심지로 조성하고, 전국 각지에서 추진 중인 K-UAM 시범사업, 공공 셔틀, 관광, 공공 실증화 사업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K-UAM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초기 연구개발 투자 등 지원을 대폭 늘려나갈 것을 제시했다. 그는 “초기 연구개발 투자 등 지원을 확대해 K-UAM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도록 만들겠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UAM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주도해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K-UAM 상용화 일정을 현실화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제도 마련과 인프라 구축 문제는 산업계에서 여전히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 K공항 모델의 해외수출 지원
K공항 모델의 해외수출 지원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공항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공항 건설, 운영, 서비스 등 전 과정을 통합해 수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직접 주관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문기업들과 함께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해외 공항 건설과 운영 사업 수주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내 공항의 우수한 운영 노하우와 첨단 서비스 역량을 해외에 전파하고, 글로벌 공항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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