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금감원장, 3년의 실험 끝에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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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금감원장, 3년의 실험 끝에 떠나다

직썰 2025-06-06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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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손성은 기자] 3년 전 ‘윤석열 사단’ 막내이자 검사 출신으로 발탁돼 이목을 모았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닌, 금융감독 패러다임의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임기 내내 강한 개입과 존재감을 앞세운 이 원장은 ‘위기 대응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한편, 금융위와의 충돌로 ‘월권 논란’도 피하지 못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경계를 흐린 그의 행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검사 출신 첫 금감원장…윤석열 사단 막내의 이색 이력

이 원장은 서울 경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공인회계사(1998년), 사법시험(2000년)을 거쳐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춘천지검 등에서 특수수사 경력을 쌓으며,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등을 수사했다.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계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렸다. 2022년 6월,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되며 검사 출신이자 역대 최연소 수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의 발탁을 ‘금융개혁의 선봉’으로 보기도 했지만, 내부에선 “검사 스타일의 개입”에 대한 경계와 기대가 동시에 감돌았다.

‘위기 대응’ 존재감…검찰식 감독의 파급

이 원장의 감독 철학은 명확했다. “기민한 개입, 정책과의 거리두기.” 금감원은 더 이상 조용한 중재자가 아닌, 현안에 뛰어드는 전면 플레이어로 변모했다.

대표 사례는 ‘레고랜드 사태’다.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가 2050억 원 규모의 어음 상환에 실패하고, 강원도마저 지급보증을 포기하면서 채권시장 신뢰가 붕괴될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이 원장은 취임 4개월 차임에도 관계기관과 발 빠르게 공조하며, 대규모 채권시장 유동성 위기를 조기 진화했다.

이어진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권 논란에선 시장 신뢰 유지를 명분으로 회사의 입장 선회를 이끌어냈고, 태영건설 구조조정 국면에선 창업자의 추가 자구안 제출까지 끌어냈다.

금융권 PF 부실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경고,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 시스템 구축, CEO 리스크 모니터링 강화 등도 실질적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위기 대응의 결정적 장면엔 늘 이복현이 있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금융위와의 엇박자…감독과 정책의 경계 흐려

그러나 ‘선 넘는 개입’에 대한 논란도 만만찮았다. 감독기관의 독립성과 실질 개입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정책 조율 과정에서의 혼선과 메시지 충돌은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가계대출 총량관리다. 지난해 이 원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줄이고 있어 금감원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고, 이후 은행들은 총량 한도를 줄이며 과잉 대응했다. 금융위원회는 즉각 해명 브리핑에 나서 “정부 메시지는 일관적”이라고 진화했지만, 금감원과 금융위의 역할 충돌은 시장에 혼란을 남겼다.

공매도 제도 재개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재개 논의 중”이라는 이 원장의 언급에 대통령실과 금융위가 일제히 진화에 나섰고, 결국 전면 중단 기조가 유지됐다.

민간 금융사 CEO 관련 언급도 ‘관치’ 논란을 불렀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시절 친인척 대출 문제와 관련해 임종룡 현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했다가 논란이 일자 돌연 입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새 정부 개편 논의…감독과 정책의 경계 다시 그릴까

이 원장의 3년은 금융감독 권한의 외연 확대와 금융위-금감원 관계 재정립의 신호탄이었다. 그는 금감원 역사상 4번째로 임기를 완주한 원장이 되었고, ‘시장 개입형 감독’의 실험을 마무리했다.

이제 바통은 이재명 정부로 넘어간다. 이 정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핵심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다. 정책과 감독의 혼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권한 재조정, 혹은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 시나리오가 함께 논의된다.

시장 안팎에선 “이복현 체제의 공과가 곧 개편 방향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감원이 정책 행위자인지, 감독·검증자 역할에 머물러야 하는지를 둘러싼 경계 설정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후임은 공백…새 체제의 첫 시험대

현재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금감원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새 원장 인선은 조직개편 방향이 확정된 뒤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감독과 정책, 개입과 중립 사이에서 흔들린 지난 3년. 이 원장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존재감’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구조 개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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