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 속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오디오, 인공지능(AI), 로봇, 의료기기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서며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 의료기기 회사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거래는 글로벌 컨슈머 오디오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하만의 라이프스타일 사업부와의 시너지를 통해 2029년까지 세계 시장 1위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 데이브 로저스(Dave Rogers) 사장은 “하만은 75년 전통의 오디오 명가로 자리매김해 왔다”며 “이번 인수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오디오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AI 시대의 확장성 면에서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대형 M&A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로봇, AI, 의료 기술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가 중요한 전략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M&A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주요 M&A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로봇 분야에서 레인보우 로보틱스에 투자해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고, 협동 로봇을 제조 라인에 투입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옥스포드 시맨틱 테크놀로지를 인수했고,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초음파 AI 솔루션 업체인 프랑스 소니오(Sonio)를 인수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공조 사업에서는 미국 레녹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대형 M&A 성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하만을 제외하면 수조 원 규모의 인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외 자금을 국내로 이전하려면 현지 외환관리 규정과 법인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며, 최근 미국 정부의 현지 투자 요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 변동에 따른 환손실 가능성도 부담 요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M&A를 통한 성장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가 간 이해관계와 승인 절차가 복잡하지만, 관련 조직 정비와 함께 전략적 접근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본격적인 대규모 M&A에 나서기 위해서는 해외 법인과의 조율을 통해 사전에 자금 확보 절차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수 시장에 매물로 나올 우량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가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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