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류정호 기자] 손흥민의 월드컵 여정이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가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손흥민에게 4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일 이라크 바스라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9차전 원정 경기서 이라크를 2-0으로 꺾고 승점 19를 기록,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고, 손흥민도 이 대장정에 함께한다.
손흥민은 지난 3차례 월드컵에서 한 걸음씩 성장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는 손흥민의 월드컵 데뷔 무대였다.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던 22세의 손흥민은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대표팀은 1무 2패로 탈락했고, 손흥민은 벨기에와의 최종전 종료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오열했다.
4년 뒤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간판선수로 성장한 그는 멕시코전 감아차기 골, 독일전 쐐기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카잔의 기적’으로 불린 독일전 승리는 손흥민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손흥민 커리어의 정점에서 맞이한 대회였다. 그는 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23골)을 차지한 뒤 대표팀에 합류했고,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황희찬의 극적인 결승골을 돕는 어시스트로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비록 골은 없었지만, 리더십과 헌신은 팀 전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마지막 사명을 수행하는 무대다. 현재 A매치 133경기에 출전한 손흥민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쿠웨이트전에 출전할 경우 134번째 경기를 치르게 된다. 손흥민은 차범근·홍명보(이상 136경기)를 넘어 한국 축구 역사상 최다 A매치 출전 기록에 도전한다.
무릎·허벅지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쳐 ‘에이징 커브’라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그는 대표팀 공격의 중심이다. 감각적인 감아차기, 측면 돌파, 박스 안에서의 마무리 능력은 여전하다. 더불어 큰 무대에서의 경험과 책임감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여러모로 한국 축구에 전환점이 될 무대다.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며 경기 수가 늘어나고 일정도 빡빡해졌다. 체력 안배와 로테이션 관리가 성패를 좌우할 만큼, 선수단 운용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손흥민, 김민재(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파 주축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한 무대에 서는 이번 대회는 대표팀에도, 팬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30년 월드컵이 열릴 즈음이면 손흥민은 38세가 된다. 현실적으로 2026년 대회가 그와 ‘황금 조합’의 고별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일군 이 조합이 다시 한번 기적에 도전할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이번 대회서는 손흥민이 이재성(마인츠)과 함께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참으로 팀을 이끈다. ‘96년생 트리오’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은 모두 30대에 접어들고, ‘미래의 에이스’로 불리던 이강인도 어느덧 25세로 대표팀의 중심축으로 올라선다. 월드컵 통산 3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이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4호골’에 도전한다. ‘라스트 댄스’에 나서는 그는 최다골 신기록과 함께, 한국 축구의 첫 원정 8강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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