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음향 및 디지털 출판 협회는 ‘2024년 미니 게임 판매량 데이터 인사이트’에서 올해 중국 미니게임 시장의 예상 규모가 한화 약 12조 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니게임 시장은 중국의 국민 메신저 ‘위챗’의 미니게임 카테고리가 부상하면서 새롭게 떠오른 블루오션이다. 게임 다수가 HTML5 기반의 웹에서 제작돼, 개발과 운영이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핏펏즈 노기태 대표. 사진=경향게임스)
핏펀즈 노기태 대표는 이런 시장의 흐름에 주목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동남아 등의 지역에서도 웹 제작 게임 시장이 새롭게 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웹 브라우저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부터 배급까지 가능한 ‘오아시스W’ 엔진을 구상했다. 그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엔진을 제작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핏펀즈 사무실에서 노 대표를 만나 그의 비전을 들어봤다.
업계 경력 20년을 넘긴 베테랑 개발자
(핏펀즈는 신한은행과 협력해 '시나몬' 플랫폼을 운영한 바 있다. 사진=핏펀즈 공식 유튜브)
노 대표는 2003년 데브캣에 입사하면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다. 백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마비노기’, ‘허스키 익스프레스’ 등 스튜디오가 선보인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후 넥슨 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자회사 ‘블록체인 엔터테인먼트랩’의 대표가 됐다. 넥슨의 사업개편 정책에 따라 2020년 자회사가 매각된 후, 지금의 회사인 ‘핏펀즈’를 새롭게 설립했다.
핏펀즈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웹기반 3D 개발 엔진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로, 총인원은 약 15명 규모다. 자회사 모닥게임즈를 통해 실제 게임 서비스도 병행 중이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금융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신한은행과 협력해 2022년 은행 시스템과 연계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구축했다. 플랫폼 내에서 이용자는 자신의 금융 자산 관리는 물론, 게임을 즐기면 획득할 수 있는 ‘츄러스’를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핏펀즈 사무실 전경. 사진=경향게임스)
시나몬은 이용자 22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했지만, 은행의 사업 전략 변경과 메타버스 붐이 쇠락하면서 2023년 서비스가 잠정 종료됐다. 다만, 새로운 유산이 남았다. 노 대표는 “시나몬에서 웹 기반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웹으로 3D 콘텐츠를 만드는 자체 개발툴을 제작했다. 이전까지 그런 시도 자체가 적었다. 단언컨대, 우리가 웹 기반의 3D 콘텐츠 구현 기술의 노하우는 제일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몬의 경험이 자체 개발 툴 경험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노 대표는 이 개발 툴을 범용화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미니게임 시장이 커지며 웹 기반 게임 엔진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웹 기반 엔진 수가 적거나, 노후화됐다는 사실도 시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표였다. 그는 "웹게임을 만들 수 있는 제작 도구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생길 거고, 그 때 우리 엔진이 활용성만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렇게 ‘오아시스W’라는 게임 엔진 개발이 가속화됐다.
‘오아시스W’, 개발의 새 시대 연다
(핏펀즈 사무실 전경. 사진=경향게임스)
‘오아시스W’는 AI 기반 클라우드형 제작 엔진이다. ‘구글독스’처럼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모든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어,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다. 가장 큰 특징은, 사용이 쉽다는 것이다. AI 기능을 통해 텍스트 입력만으로 코드가 생성되는 코드 제너레이터, 2D 및 3D 어셋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모델 등을 지원한다. 프로그래머가 기획자, 아트 없이도 전체 게임을 디렉팅할 수 있는 기능들이 구현됐다.
AI 기능의 걸림돌은 비용이다. 기존 LLM은 호출 비용이 높다. 비용이 사용자에게 전가된다면 서비스 가격도 높아지고 일반 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노 대표는 자체 학습시킨 로컬 LLM을 프로그램에 내장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오아시스W’를 구독형 모델로 제공할 계획이다. 무료 이용자는 로컬 설치형으로, 유료 이용자는 클라우드와 AI 기능이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월 5만 원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아이스W’는 다가오는 광복절, 8월 15일에 베타 서비스 버전으로 선출시된다. 유니티나 언리얼 등의 해외 엔진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 구조에서, 국산 엔진으로 ‘독립’을 선포하겠다는 상징성이 담긴 결정이다. 노 대표는 다가올 ‘미니게임’ 블루오션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 지배 구조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정식 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다.
핏펀즈는 더 먼 미래도 바라보고 있다. 회사는 웹3 게임도 웹 기반 게임으로, 개발 엔진과 결합할 수 있는 여지가 넓다고 보고 있다. 다가올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에 대해서도 대비했다. 회사는 금융과 블록체인을 게임과 접목한 원천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게임 속에서 금융 상품을 간접 체험하고, 이를 실제 계약으로 연결하는 구조에 관한 특허로, 일본에도 출원됐다.
(핏펀즈 특허와 수상 내용. 일본에도 출원됐다. 사진=경향게임스)
노 대표는 회사의 향후 비전에 대해 “우리의 최종 목표 깃발을 빨리 꽂는 것이다. ‘위챗’과 같은 슈퍼앱이 등장하면 미니게임 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여러 게임사나 인디 개발팀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아시스W’가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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