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계절과 잔치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음식이 오르내렸다. 그중에서도 초여름 입맛을 돋우는 별미로 꼽혔던 음식이 하나 있다.
이 음식은 원래 궁중 연회나 국가 의례에서 자주 등장했으며, 그만큼 형식과 상징성을 동시에 가진 음식이었다. 묵은 선비들의 검소함을 닮았고, 그 위에 얹는 고기와 채소로 권위와 조화를 표현한 이 음식은 바로 탕평채다.
그런 탕평채가 최근 영양 균형이 뛰어난 저탄수화물 음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싶은 다이어터들, 혹은 육류와 채소를 한 번에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상적인 식사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국정 철학에서 식탁 위 이야기로 내려온 이 음식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본다.
서로 다른 붕당의 화합을 기원하는 음식 '탕평채'
탕평채는 조선 영조 시절, 당파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상징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탕평'이라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는 영조가 추진했던 정책인 '탕평책'과 그 뜻을 같이한다.
탕평채는 언뜻 보기엔 단순한 묵무침처럼 보이지만,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재료와 색감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흰색의 녹두묵, 붉은 고기, 초록 미나리, 검은 김 등은 각각 서인, 남인, 동인, 북인의 서로 다른 붕당을 상징하는 사방신의 색과 일치한다. 여기에 중앙, 즉 임금을 의미하는 노란색을 달걀지단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듯 각기 다른 색이 한 그릇에 조화롭게 담겨 있는 모습 자체가 왕이 바랐던 이상적인 정국 운영의 단면을 보여준다. 실제로 당시 왕실과 양반가에서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상징적 의미를 갖는 음식으로 탕평채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요즘에는 그 의미보다는 식재료의 영양학적 균형과 깔끔한 맛 덕분에 다이어트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맘때, 입맛은 까다롭고 위장은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탕평채는 그 시기를 정확히 겨냥한 듯한 음식이다. 담백한 녹두묵을 중심에 두고, 고기와 채소를 함께 버무린 탕평채는 입안에서 고소함과 산뜻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궁중요리… 탕평채 만드는 법
탕평채는 궁중요리치고는 레시피가 매우 간단한 편으로, 그 핵심은 바로 녹두묵이다. 녹두는 소화가 잘 되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물로 예로부터 속을 편하게 하는 데 좋은 재료로 알려져 있다.
녹두묵은 시중 제품을 사용해도 되지만, 정성을 들이고 싶다면 전통 방식으로 만들 수도 있다. 껍질을 벗긴 녹두를 곱게 갈아 가라앉힌 앙금만을 사용해 묵을 쑤고, 식혀서 채 썰면 된다.
여기에 숙주, 미나리, 김, 지단, 양념한 고기를 더해 영양과 식감을 동시에 갖추고, 초장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쳐내어 재료 각각의 맛과 향이 어우러져 복잡한 듯 깔끔한 맛을 완성한다. 숙주는 살짝 데쳐 물기를 빼고, 미나리는 소금에 절여 숨을 죽인 뒤 볶는다.
고기는 간장과 마늘, 후추 등으로 간을 해 익히고,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지단으로 부쳐 곱게 채 썬다. 김은 살짝 구워 잘게 부순다. 이후 모든 재료를 한데 넣고 초장으로 버무리면 탕평채 한 접시가 완성된다.
탕평채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청포묵 300g, 표고버섯 2개, 숙주나물 100g, 미나리 50g, 달걀 1개, 김 1장, 설탕 1큰술, 식초 1큰술, 간장 1+1/3큰술, 물 2큰술, 깨소금 1/3큰술, 참기름 적당량, 소금 적당량
■ 만드는 순서
1. 청포묵은 길쭉하고 도톰하게 채썰어준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썰어둔 청포묵을 데친다.
3. 데친 청포묵을 체로 건져 식힌 뒤, 소금 1/5큰술과 참기름 1/2큰술을 넣어 버무린다.
4. 표고버섯은 포를 뜬 뒤 채썰어준다.
5. 썰어둔 표고버섯에 간장, 설탕, 참기름을 약간 넣고 버무린 뒤 간이 베어들도록 재운다.
6.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약간 둘러준 뒤 재운 표고버섯을 살짝 볶아준다.
7.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숙주나물과 미나리를 넣어 데쳐준다.
8. 데친 숙주나물과 미나리는 체에 건져 물기를 빼준다.
9. 달걀은 지단을 부쳐 얇게 채썰어주고, 김도 살짝 구운 뒤 잘게썰어준다.
10. 준비해둔 양념들을 잘 섞어 양념 초간장을 만든다.
11. 볼에 청포묵, 숙주, 미나리, 표고버섯을 넣고 초간장 2/3을 넣어 재빨리 버무린다.
12. 달걀지단과 김을 넣고 나머지 초간장을 마저 넣어 버무려주면 완성.
■ 오늘의 레시피 팁
- 청포묵은 약 1분간, 숙주나물과 미나리는 약 2분간 데쳐주는 편이 좋다.
- 숙주는 자연스럽게 식도록 놔두는 것이 좋고, 미나리는 찬물로 헹궈 열기를 빠르게 빼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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