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금융환경①]고객 상담부터 대출 심사까지…AI가 바꾼 은행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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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꾼 금융환경①]고객 상담부터 대출 심사까지…AI가 바꾼 은행의 하루

비즈니스플러스 2025-06-05 15:43: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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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AI 브랜치 /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AI 브랜치 / 사진=신한은행

은행의 일상이 조용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고객이 전화를 걸면 인공지능(AI)이 상담을 대신하고 대출을 신청하면 AI가 서류를 분류하고 신용도를 평가한다. 내부 감사 업무와 이상 거래 탐지도 인공지능이 주도한다. 최근 은행권의 '하루 일과'에는 생성형 AI와 머신러닝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효율성 제고를 넘어, 이제는 고객 경험 혁신과 내부통제 고도화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망에서 상용 AI 사용을 허용하는 규제 특례를 발표한 이후부터 AI 도입 흐름이 본격화됐다. 망 분리에 따른 제약이 완화되자, 은행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 실증과 내재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 기반 금융상담 서비스인 'AI 뱅커'를 출시했다. 초기에는 예·적금 상품 상담에 국한됐지만 같은 해 12월부터는 대출 상담까지 확대됐다. 고객이 질문하면 생성형 AI가 자연어 기반으로 답변하고, 필요시 상담사에게 연결하는 구조다. AI가 상담의 전 과정을 이끌며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응대의 정확도는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도 콜봇과 AI 내비게이터를 활용해 AI 상담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1만2800건에 달하는 인바운드 상담 중 32%가 AI에 의해 자체 종결됐다. 이 비율은 1년 전 16%에서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은 그룹 내 7개 계열사 고객센터를 하나로 묶는 'FCC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향후 FCC 2.0을 통해 생성형 AI, VR 상담, 메타버스 컨택센터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아예 AI만으로 운영되는 무인점포인 'AI 브랜치'를 개소했다. 고객은 영업점에 설치된 디지털 데스크를 통해 계좌 개설부터 각종 증명서 발급까지 64개 창구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전국 영업점에 배치된 AI 디지털 데스크는 이미 150여 대에 이른다. 카카오뱅크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의 카드 사용 이력을 기반으로 '오늘의 mini 일기'와 같은 개인화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며 AI 챗봇 성능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AI의 역할은 상담을 넘어 심사 영역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머신러닝 기반 기업여신 심사 시스템을 정식 도입했다. 새 시스템은 차주의 업종과 규모에 따라 판정 구간을 설정하고 자체 학습을 통해 심사 기준을 조정한다. AI는 재무정보뿐 아니라 비재무, 대안정보까지 활용해 심사 효율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였다.

사진=
사진=농협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서울대학교와 공동 연구한 신용평가모형을 공개했다. 기존 머신러닝의 단점이었던 설명력을 보완한 '해석 가능한 AI(XAI)' 기반 모델로, 각 변수의 영향력을 정량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중·저신용자,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 등 그간 정교한 평가가 어려웠던 고객군에도 보다 합리적인 신용평가가 가능해졌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중·저신용대출 평균 잔액은 4조62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누적 공급액은 11조3000억원을 넘었다.

하나은행은 기술력 기반의 머신러닝 신용평가 모형을 자체 개발해 기업대출에 적용하고 있다. 2014년부터 축적해온 TCB(기술신용평가) 데이터를 활용한 것으로 기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던 기업의 기술력까지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케이뱅크는 네이버페이 결제 데이터를 비금융정보와 결합해 대안신용평가모형(ACSS)을 고도화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까지 포함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기준이 빠르게 실무에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AI는 은행의 핵심 심사 기능을 바꾸고 있지만, 내부통제 영역에서의 활용도 그에 못지않다. 우리은행은 2023년 10월 감사업무 전용 'AI 검사챗봇'을 도입했다. 자주 발생하는 감사 시나리오를 학습한 AI가 주요 규정과 선례를 실시간으로 제시함으로써, 담당 직원의 실수를 줄이고 검사 속도도 높였다. KB국민은행은 STR(의심거래보고) 업무에 AI를 적용해 이상 징후를 자동 탐지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카카오뱅크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설명가능 AI 모델을 적용해 탐지 근거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생성형 AI는 최근 들어 은행 내부망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보안과 망 분리 규제로 인해 대외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규제 완화 이후 각 은행은 내부 보고서 작성, 문서 요약, 업무 지식 검색 등 실제 실무에 적용 중이다. 신한은행은 40여개 기능을 갖춘 AI 업무비서 플랫폼 'AI ONE'을 도입했고, KB국민은행은 GPT 기반 업무 도우미와 내부 문서 번역기, 자동요약 도구 등을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대출 심사 서류를 AI가 자동 분류·요약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심사 속도를 단축하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판단과 실행을 동시에 수행하는 독립된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업무를 단위 프로세스로 분할하고 이를 AI가 개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내부 아키텍처를 전환하는 시도도 가시화되고 있다. AI가 직접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프로세스 자동화(APA)' 방식이 확산되면, 금융기관의 업무 방식은 더욱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역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금융권 AI 플랫폼'을 통해 오픈소스 AI 모델을 사전 검증하고, 내부망에 설치 가능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동시에 '금융 특화 한글 말뭉치'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제공되면서 AI 모델 학습 품질도 개선될 전망이다.

사진=하나은행
사진=하나은행

이제 은행의 AI 활용은 '효율'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책임', '투명성', '포용성'이라는 기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생성형 AI와 머신러닝 기술이 금융업의 전 과정을 재구성해나가는 지금 'AI가 바꾼 은행의 하루'는 곧 'AI가 설계할 금융의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실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모든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준은 아니며, 현재는 단순 반복 업무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은 여전히 AI의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고객 상담을 보조하거나 단순 업무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려면 제도와 규제가 보다 유연하게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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