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금감원을 떠난다. 이 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다수의 경제·금융 복합 위기 상황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과도한 정책 개입과 내부 소통 미흡에 대한 비판도 공존하는 등 명암이 엇갈리는 임기를 보냈다.
특히 그의 퇴임은 이재명 정부가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본격 추진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금융권 전반에 ‘새판짜기’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통합 등 감독체계 전반의 혁신을 예고한 가운데, 이 원장 이후 금융당국의 변화와 개혁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복현 원장은 금융 개혁과 디지털 전환, 그리고 시장과의 소통이 앞으로도 금융당국이 반드시 지속해 나가야 할 핵심 과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원장은 퇴임사에서 “다양한 이슈를 대함에 있어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끼셨을 여러 유관기관, 금융사나 기업의 관계자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원을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님들,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뤘음에도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주신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와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기 중 성과에 대해서는 “우리는 다양한 경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관리하고, 당국의 신뢰감 있는 메시지를 신속히 전달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며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려 노력했고,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선제적 구조조정, 금융사의 책임 경영 체계 확립, 금융산업 신뢰 제고, 공매도 인프라 구축, 주주 권익 보호, 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선진화도 주요 과제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융은 효율적 자원배분 중개가 핵심 기능”이라며 “필요한 제도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중대한 시기인 만큼 지속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산업뿐 아니라 감독행정의 디지털 전환도 완수하고, 다양한 부처와 긴밀한 신뢰 관계를 지속해 주시길 바란다”며 “명료한 메시지 전달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시장과의 소통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해외 대학이나 금융 관련 연구원에서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변호사 개업도 가능하지만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퇴임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기구 개편과도 맞물려 주목받는다. 새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 중복 문제를 해소하고 감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두 기관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역할과 조직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되며, 새 원장과 함께 감독체계 전반에 걸친 개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현안 대응과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한 점은 분명하나,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춘 감독 혁신과 조직 내 소통 강화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복현 원장은 2022년 6월 취임한 검사 출신으로는 첫 금감원장이자, 역대 네 번째로 임기를 끝까지 채운 인물이다. 후임은 미정이며, 정부 조직개편 방향이 정해진 뒤 새 수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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