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험소비자 권익 강화와 시장 질서 정상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새 정부는 1·2세대 실손보험 특약 옵션 도입, GA 수수료 체계 개편,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 주요 정책을 예고하며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정책공약집을 통해 본인부담상한제에 '우선지급-사후정산'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제도는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제외)가 개인별 소득 수준에 따라 200만~4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이 환급해주는 구조다.
기존에는 환자가 의료비 전액을 먼저 부담한 뒤 추후 환급받는 방식이었지만, 이재명 정부는 보험사가 보험금 전액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 발생한 환급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정산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험가입자의 실질적 부담을 낮추고, 절차 간소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선택형 특약 옵션' 도입...1·2세대 실손 부담 경감 기대
보험료 부담 완화도 핵심 과제다. 이 대통령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위한 ‘선택형 특약 옵션’ 도입도 공약한 바 있다. 기존 보장은 유지하면서, 보험가입자가 필요에 따라 일부 진료 항목을 선택적으로 제외할 수 있도록 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보험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면서도 보험료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하가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약 선택률과 설계 방식에 따라 보험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도입이 추진 중인 분쟁조정 편면적 구속력 제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제도는 금융감독원의 2000만원 이하 소액 분쟁 조정 결과를 금융사가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시행을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
업계는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이의 제기권이 제한돼 무분별한 분쟁 제기와 소비자 악용 사례가 증가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비용 부담이 늘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아울러 조정안에 사실관계나 법적 해석 오류가 포함될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공정한 검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2세대 실손보험은 ▲상해입원 ▲상해통원 ▲질병입원 ▲질병통원 등 4개 담보로만 구성돼 도수치료나 MRI 등 비급여 항목이 특약으로 분리된 3·4세대와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관의 전면 개정과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GA 수수료 체제 전면 개편...펫 보험 시장 성장 기대감 확대
시장 질서 회복을 위한 제도 정비도 병행된다. 이재명 정부는 보험사·GA 간 통합 상호협정을 추진해 유통 질서를 정비하고, GA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불완전판매 및 과도한 수수료 경쟁 구조를 개선해 건전한 영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펫보험 시장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도입을 공약했다. 이 제도는 진료 항목별 표준 수가를 설정해 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줄이고, 보호자가 보다 정확하게 비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동물 진료는 비급여로 분류돼 병원별 진료비 편차가 크고, 보호자들이 사전에 비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병비 급여화'에 업계 기대감... 시니어 보험시장 확대 시동
시니어보험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간병비 지출은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8년 8조원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유세 당시 1호 공약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내세웠던 만큼 정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예산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새 정부가 해당 정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 간병비 부담 완화와 함께 요양시설 및 시니어 케어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부 생명보험사들도 이에 발맞춰 간병 특약을 강화하고 전용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는 각각 요양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 신한라이프케어를 통해 주간보호시설·도심형 요양시설·실버타운 등 3대 요양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는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행 제도상 요양시설 설립 시 사업자가 부지를 직접 매입해야 하는 구조다. 만약 이 요건이 완화될 경우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보험사가 요양시설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초기 투자 부담이 큰 토지 매입 요건이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보험업계는 이재명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이 시니어보험 시장 성장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간병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도 주간보호시설, 도심형 요양시설, 실버타운 등 ‘3대 요양 인프라’ 투자와 보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를 핵심 보건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시니어 보험 시장에도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이다"고 전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