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포도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한국 논 88.9%를 점령한 ‘생태계 위협’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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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포도처럼 생겼는데… 사실은 한국 논 88.9%를 점령한 ‘생태계 위협’ 생물

위키푸디 2025-06-05 09:5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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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렁이 알 자료 사진. / Fajar Arifiyanto-shutterstock
왕우렁이 알 자료 사진. / Fajar Arifiyanto-shutterstock

6월 초, 볕이 강하게 내리쬔다. 논두렁은 모내기를 마친 이앙기로 흙이 일그러져 있고, 이랑 사이로 물길이 흐른다. 이때쯤 논 근처를 지나다 보면 벼 줄기나 수로 벽에 핑크빛 알 무더기가 붙어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농부들은 이를 보고 불안해한다. 잡초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좋지만, 관리가 잘못되면 논을 넘어 자연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골칫거리 취급받는 핑크빛 알의 주인공은 '왕우렁이'다.

왕우렁이는 원래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에 살던 연체동물이다. 한국에는 1983년 식용 목적으로 처음 들어왔고, 1992년부터 친환경 제초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벼를 갉지 않고 잡초만 먹는 성질 덕분에 농약 대신 논에 풀어놓는 방식이다.

2020년 농업기술포털 농사로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 벼 재배지 중 약 88.9%가 왕우렁이를 이용한다. 한때는 친환경 농업의 혁신으로 불리며 농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지만, 생태계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왕우렁이, 제초도 식욕도 왕성하다

왕우렁이 자료 사진. / Seksak Wannakree-shutterstock
왕우렁이 자료 사진. / Seksak Wannakree-shutterstock

왕우렁이는 따뜻하고 얕은 물을 좋아한다. 생장에 적합한 온도는 18~28도다. 과거에는 한국의 겨울을 견디지 못해 남부지방에서만 생존했으나, 기후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북부 지역인 강원도 평창, 철원 등지에서도 겨울을 나고 있다.

원래는 논에서만 서식하던 왕우렁이가 이제는 강이나 호수에서도 발견된다. 논 근처 수로를 통해 빠져나간 뒤, 자연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이들의 번식력은 압도적이다. 한 번에 200~600개의 알을 낳고, 연간 최대 3000개 이상 산란한다. 이 알들은 대부분 연분홍색을 띠며, 논이나 수로 벽에 붙는다. 또한 독성이 있어 천적에게 쉽게 먹히지 않는다.

왕우렁이는 논의 잡초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내기 후 15일쯤, 벼 뿌리가 단단히 자리 잡은 시점에 논에 풀어놓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200평당 3kg, 논 1㎡당 1마리를 투입한다. 잡초 외에도 연한 수초, 물고기 사료 찌꺼기, 동료 사체까지 먹는 잡식성이다.

제초 영웅이자 생태계 침입자

왕우렁이와 알 자료 사진. / Lajun-shutterstock
왕우렁이와 알 자료 사진. / Lajun-shutterstock

왕우렁이가 농업에서 환영받았던 이유는 분명하다. 전북농업기술원은 1994년부터 3년간 왕우렁이 농법을 실험했다. 그 결과, 잡초 제거율은 99%에 달했다.

농민 입장에서는 제초제를 뿌리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왕우렁이를 넣고 관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손 부족에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논을 벗어난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9년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려고 했지만, 농업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생태계 위협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잡초를 대처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미 왕우렁이를 ‘세계 100대 침입외래종’에 포함시켰다.

왕우렁이는 번식력과 식욕이 모두 강해 토종 생물과 경쟁하며 생태계를 위협한다. 논을 벗어나면 수생식물을 마구 먹어 수서곤충과 물고기의 서식지를 무너뜨린다. 특히 어린 수초의 싹까지 먹어버려 먹이사슬 전체가 위험하다.

왕우렁이, 식용은 가능할까

논우렁이 자료 사진. / Mumemories-shutterstock
논우렁이 자료 사진. / Mumemories-shutterstock

원래 왕우렁이는 식용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우렁된장이나 우렁쌈장에 쓰이는 건 대부분 토종 논우렁이다. 왕우렁이는 살이 단단하고 질겨, 오래 씹어야 한다. 또한 기생충 감염 우려도 있다.

주혈흡충이라는 기생충의 중간 숙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익혀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식용으로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왕우렁이는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생물이다. 농사로는 논 수확 후, 반드시 우렁이를 수거하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많은 농가가 이를 따르지 않고 방치한다. 그 결과, 왕우렁이는 물길을 따라 야생으로 퍼졌다. 일부 지자체는 수로에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왕우렁이 수거 지원 사업을 하기도 한다.

왕우렁이 확산, 이제는 막아야 한다

왕우렁이 알 자료 사진. / Ek Ing-shutterstock
왕우렁이 알 자료 사진. / Ek Ing-shutterstock

농업 현장에서 왕우렁이는 분명 많은 도움이 되는 생물이다. 그러나 논을 벗어나 생태계로 향하는 순간, 침입종으로 돌변한다. 제초의 역할과 생태계 위협이라는 두 얼굴이 공존하는 셈이다.

왕우렁이를 활용할 때는 이처럼 양면적인 특성을 고려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확산이 계속되면, 문제는 농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천과 호수는 물론 주변 생물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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