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에어버스, 보잉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들이 새로운 항공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가운데 항공운송업계에서도 배기가스와 연료 소모를 줄여줄 항공기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 항공기는 미래 항공운송시장을 선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인 만큼 항공기 제작사들도 사활을 걸고 있다.
◇ 에어버스·보잉, 다른 방식으로 넷제로 도전
현재 전 세계 상용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와 보잉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친환경 상용기 개발에 나섰다. 우선 에어버스는 수소를 사용하는 ‘제로e(ZEROe)’라는 이름의 상용기를 개발 중이다.
5일 에어버스에 따르면 올해 에어버스는 수소 항공기 개발 로드맵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지난 3월 25일,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본사에서 열린 ‘2025 에어버스 서밋(Airbus Summit)’에서 에어버스가 개발할 미래 친환경 항공기로,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추진 방식 프로펠러 항공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에어버스는 최대 200명의 승객을 태우고 3700km 이상을 비행하는 터보팬 항공기, 동체와 날개가 하나로 결합된 블렌디드 윙바디(Blended Wing Body) 항공기, 그리고 100명 이하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프로펠러 항공기 등 수소 연료를 사용하거나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상용기를 구상했다. 에어버스는 이 중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추진 프로펠러 항공기를 상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항공기로 선정했다.
또한 에어버스는 개발 항공기 선정과 함께 기술적 개념도 더욱 구체화했다. 에어버스에 따르면, 개발될 항공기에는 2메가와트급 전기 추진 엔진 4대가 탑재된다. 각 엔진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시스템에 의해 작동되고, 이들 4대의 연료전지시스템은 2개의 액체수소탱크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다. 에어버스는 향후 수년간 추가 시험을 통해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수소 항공기 개발에 대한 에어버스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브루노 피셰프 에어버스 미래 프로그램 총괄은 “수소는 항공산업 탈탄소화에 대한 에어버스의 약속에서 중심에 있다”면서 “로드맵은 일부 조정됐지만, 수소 동력 비행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자동차 산업에서 본 것처럼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하는 전기추진 항공기는 장기적으로 항공운송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친환경 항공유(SAF)와도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보잉도 최근 큰 전환점을 맞았다. 친환경 상용기 실증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추진하던 X-66A 개발을 지난 4월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사가 ‘지속가능한 비행 실증기(Sustainable Flight Demonstrator)’라고 부르며 2050년 상업항공 분야에서 탄소 순배출이 ‘0’인 넷제로(Net-Zero)를 실현하기 위해 개발하던 상징적인 시험기였다. 그런 만큼 개발 중단 소식은 미 항공업계에도 파장이 컸다.
이처럼 개발이 잠정 중단된 X-66A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탄소섬유로 제작된 얇고 긴 날개가 특징이다. 이 독특한 날개를 대각선의 스트럿이 밑에서 떠받치는 형태다. 현재 운용되는 상용기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보잉에 따르면 이러한 날개를 항공기에 적용하면 현재 연료효율성이 가장 좋은 상용기와 비교해도 연료소모량과 탄소배출량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
대신 보잉은 X-66A 개발은 중단하지만, 나사와 함께 날개에 관한 연구는 지속해 ‘초박형 날개(ultra-thin wing)’ 기술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도 “초박형 날개 기술은 여러 기체에 적용할 수 있는 미래형 설계로,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가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중견급 제작사도 다양한 친환경 상용기 개발
50~100인승급 여객기와 비즈니스제트기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캐나다의 봄바디어는 ‘에코젯(EcoJet) 연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봄바디어에 따르면 에코젯은 15년 전에 시작된 지속가능성 중심의 연구·기술 구상으로, 동체와 날개가 혼합된 ‘블렌디드 윙 바디(Blended Wing Body)’ 형태의 시험기를 통해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에코젯은 항공기의 탄소배출량을 최대 50%까지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2022년에 약 5.5m 폭의 시험기를 이용한 비행 시험을 시작으로 현재 두 번째 개발 단계에 돌입했다. 봄바디어는 이 시험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비즈니스기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봄바디어는 블렌디드 윙 바디 형태로도 배출가스를 최대 20%를 줄일 수 있고, 여기에 친환경 항공유(SAF)와 수소 등의 대체 연료, 그리고 첨단 경량 소재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넷 제로에 가까운 비즈니스제트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봄바디어의 경쟁사인 브라질의 엠브레어는 올해 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브리드, 전기, 수소를 활용하는 다양한 친환경 항공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엠브레어는 19~30석 규모의 하이브리드-전기 추진 방식인 ‘에네르기아 하이브리드’, 9석 규모의 100% 전기추진 방식인 ‘에네르기아 일렉트릭’, 19석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기반인 ‘에네르기아 H2 퓨얼셀’, 그리고 35~50석 규모의 수소터빈엔진 방식인 ‘에네르기아 H2 가스터빈’ 항공기 등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항공기를 2030년대 초반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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