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기자의 영화 talk] 악을 쫓는 자, 신의 대리자인가 괴물의 그림자인가 – 오컬트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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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의 영화 talk] 악을 쫓는 자, 신의 대리자인가 괴물의 그림자인가 – 오컬트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

서울미디어뉴스 2025-06-05 07:56: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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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미디어뉴스 DB
사진=서울미디어뉴스 DB

 

[서울미디어뉴스] 김혜인 기자 = 마동석의 주먹이 ‘악령’을 후려치고, 무속의식이 IMAX 화면 위에서 되살아난다.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와 <신명> 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확장을 시도하며 2025년 상반기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전자는 "헐리우드식 히어로 오컬트", 후자는 "토속 정령의 복귀극"이다. 하지만 이 두 영화가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악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그 악과 맞서는 자는 어떤 존재인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는 전형적인 액션 오컬트의 문법을 따른다. 마동석이 연기한 '백도진'은 과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전직 퇴마사이자 현재는 교회의 데몬 헌터다. 이야기는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악령 사건을 파헤치면서 전개되며, 그 속에서 도진은 과거 자신의 죄와 마주하고, 악령보다 더 깊은 ‘인간의 어둠’과 대면하게 된다. 익숙한 액션 시퀀스 속에서도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은 정당한가? 선한 의도라도 결과가 파괴적이라면 그 역시 악이 아닌가?

반면 <신명> 은 훨씬 더 한국적인 방식으로 관객을 압박한다. 오랜 시간 제의 속에 봉인되어 있던 ‘신명’이 현대 사회에 다시 깨어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는 공동체의 붕괴, 전통의 왜곡, 그리고 인간 욕망에 기생하는 악령의 본질을 탐색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무속의식 장면은 극단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이는 공포라기보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며, 악령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결국 ‘믿음을 잃은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오컬트 장르의 부활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개인의 내면, 정신적 안정, 초월적 존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악과 신, 구원과 타락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가 다시금 의미 있는 서사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계에서는 기존의 종교적 오컬트에서 벗어나 토속 신앙과 민간 전승을 활용한 'K-오컬트'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영화가 단지 퇴마와 공포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악을 사유하는 방식'을 관객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폭력은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또는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이 언제부터 인간의 욕망으로 변질되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지 극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속 ‘악의 얼굴’을 바라보는 방식까지도 교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와 <신명> , 이 두 편의 오컬트 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악과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 악은 정말 외부에만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다면, 지금 극장으로 향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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