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여름,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아침저녁엔 선선하지만 한낮엔 숨이 막힐 정도로 뜨겁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밭일은 물론이고 쌈채소 관리도 쉽지 않다. 봄에 잘 자라던 상추가 어느 순간 멈춰 버린다. 잎이 갑자기 얇아지고, 꽃대가 쑥 올라오며 먹기 힘든 상태로 변한다.
물을 자주 줬는데도 시들고,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맛은 이미 변해 있다. 봄철과 똑같은 방식으로 심었는데 결과는 정반대다. 상추는 원래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채소다. 기온이 오르면 반응이 민감해지고, 관리가 조금만 늦어져도 품질은 크게 달라진다. 여름 상추는 봄처럼 키우면 실패하기 쉽다. 씨앗을 뿌리는 순간부터,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
2일 유튜브 채널 ‘동해아찌’에선 여름 상추를 실패 없이 재배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집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활용해 모종을 쉽게 키우는 법부터, 땅 온도를 낮춰주는 흰색 비닐 활용법, 수확을 끊기지 않게 이어 심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전했다. 봄과 여름은 똑같은 채소라도 재배법이 달라야 한다는 걸 영상은 짚고 있었다.
검정 대신 흰색 비닐을 덮어야 하는 이유
봄철에는 검정 비닐을 덮는 경우가 많다. 땅의 온도를 높이고 잡초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이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 검정 비닐은 햇빛을 그대로 흡수해 땅의 온도를 지나치게 끌어올린다. 땅이 과열되면 상추는 빠르게 자라고, 꽃대가 일찍 올라오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잎은 얇고 질겨지고, 쓴맛은 강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흰색 유공 비닐이다. 흰색은 햇빛을 반사해 지온 상승을 막는다. 뿌리가 과열되지 않고, 상추가 천천히 자라면서도 잎은 두껍고 부드럽게 자란다. 같은 비닐을 계절에 따라 뒤집어 쓸 수 있도록 한쪽은 흰색, 한쪽은 검정으로 제작된 제품도 있다. 봄에는 검정면을, 여름에는 흰면을 사용하면 된다. 한 번 구입하면 몇 해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모종은 직접 키워야 여름 내내 수확할 수 있어
여름이 되면 상추 모종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 종묘사나 마트에서도 봄철만큼 물량이 많지 않다. 여름에도 쌈채소를 꾸준히 수확하려면 자가 모종 재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물을 주고 관리하기 어려운 텃밭 환경에선 쉽지 않다. 이럴 때 효과적인 방법이 아이스박스를 활용한 발아다.
트레이에 씨앗을 심은 후, 아이스박스에 넣고 물을 바닥에 채운다.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벽돌로 눌러주면 일주일 정도는 별다른 관리 없이도 안정적인 환경이 유지된다. 아이스박스 안은 습도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상추 씨앗이 잘 발아하고, 모종도 튼튼하게 자란다. 바람이 들지 않는 반그늘에 두면 더 효과적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주말농장처럼 자주 가지 못하는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모종을 키울 수 있다. 상추 씨앗은 3~5일이면 싹이 트고, 일주일 내외면 본잎이 올라온다. 포트판을 활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씨앗을 심고, 아이스박스 안에 여러 개 넣어두면 한 번에 많은 모종을 준비할 수 있다.
상추는 한 번 수확하고 끝내는 작물이 아니다. 특히 여름엔 수확 주기가 짧아져 한 타임만 심으면 금방 끝난다. 이럴 땐 이어 심기가 답이다. 첫 모종을 밭에 정식한 뒤 15일 정도 지난 시점에 다시 씨앗을 뿌려 모종을 키워야 한다. 첫 상추가 수확기에 접어들 무렵, 두 번째 상추가 자리를 이어받게 해야 수확 공백이 생기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시차를 두고 모종을 반복해서 키우면 여름 내내 끊기지 않고 상추를 수확할 수 있다. 특히 자가 모종 재배가 안정화되면 상추 외에도 청치마, 적상추, 겨자채 같은 다른 쌈채소로도 확장 가능하다. 동일한 방식으로 아이스박스를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수분과 온도 관리가 품질을 좌우
여름에는 수분 증발이 빠르고, 지온 상승도 심하다. 물을 자주 줄 수 없다면 상추는 금세 시들거나 쓴맛이 강해진다. 특히 한낮의 강한 햇볕은 잎을 태우고 줄기를 약하게 만든다. 하루 두 번 물을 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흰색 비닐이나 볏짚을 덮어 수분 손실을 막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은 해뜨기 전이나 해가 지기 직전에 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시간대엔 땅이 뜨겁지 않아 물이 오래 머물고, 작물도 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겉흙만 적시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뿌리까지 충분히 흡수될 수 있도록 흠뻑 줘야 한다. 그래야 상추가 가뭄에도 강해진다.
밭의 위치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볕이 드는 밭보다는 오전에만 햇볕이 드는 반그늘이 여름 상추엔 더 적합하다. 특히 동쪽이나 북동쪽 방향의 밭은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지 않아 땅 온도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다. 여름 상추 재배엔 이런 위치가 더 안정적이다.
봄보다 거친 여름 상추, 오히려 요리에 잘 맞는다
여름 상추는 봄처럼 연하지 않다. 대신 쌉싸름하고 탄탄하다. 생으로 먹는 것뿐 아니라 익혀서 활용하면 요리 폭이 넓어진다. 팬에 살짝 구워 양념에 무치거나, 고기와 함께 볶으면 별미 반찬이 된다. 데쳐서 나물로 만들어도 맛이 좋고, 장아찌처럼 절여서 오래 두고 먹을 수도 있다.
잎이 크고 질긴 상추는 버리는 대신 활용법을 바꾸면 된다. 오래 자란 상추일수록 열에도 강하고 식감이 살아 있어 무침이나 구이에 잘 어울린다. 잘만 키우면 수확량이 많고, 밥상에서 활용도도 높다. 겉잎부터 수확하며 계속 키워가는 방식으로 관리하면 한 뿌리로도 한 달 넘게 먹을 수 있다.
여름 상추는 재배 방식만 달리하면 얼마든지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 봄과 같은 방식으로 키우면 실패하지만, 계절에 맞춰 흰색 비닐을 덮고 아이스박스로 모종을 키우며 수확 시기를 조절하면 여름에도 신선한 쌈채소를 끊기지 않고 밥상에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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