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바람 따라 걷다 보면, 이름도 모를 들꽃들이 길가를 가득 메운다. 노란색, 보라색, 하얀색 작은 꽃들이 서로 자리를 뽐내고, 덩굴을 타고 올라간 줄기나 얇은 잎사귀들이 흔들린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이 식물들 상당수가 반찬이 된다. 된장국이나 무침,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산들애’에 따르면, 산야에서 채취할 수 있는 먹을 수 있는 식물은 무려 24가지에 달한다. 어떤 것은 차로 끓여 마시고, 어떤 것은 데쳐 무침으로 즐긴다. 생으로 겉절이를 해도 되고, 잎만 떼어 쌈을 싸도 된다. 줄기, 꽃, 뿌리까지도 조리 가능하다.
잎과 뿌리를 함께 먹는 들풀들
'메꽃'은 덩굴성 식물로, 손발이 잘 붓는 사람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줄기와 잎, 뿌리까지 모두 먹는다. 이뇨 작용을 도와준다고 전해지며, 꽃이 예뻐 꽃밥 재료로도 쓰인다. '금계국'은 국화과 식물로 노란 꽃이 특징이다. 열을 내려주고 붓기 제거에 도움을 주는 풀로 알려져 있다. 꽃은 말려서 차로, 어린순은 무침과 된장국으로 쓴다.
'질경이'는 감기약 대신 쓰였던 식물이다. 입을 다려 마셨던 것을 ‘차전초’라 불렀고, 씨앗은 ‘차전자’로 이용했다. 나물무침이나 볶음, 국에도 잘 어울린다. '달맞이꽃'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몸속 노폐물 배출과 관련된 효능이 있다는 민간 전승이 있으며, 꽃은 차로, 잎과 줄기는 데쳐 무침으로 먹는다.
'익모초'는 쓴맛이 강하다. 두해살이 식물로 여름철 기력이 떨어졌을 때 생즙을 내어 마시면 좋다고 한다. 부인과 질환에 활용된다는 말도 있다. '배암차즈기'는 잎이 오돌토돌해 곰보배추로도 불린다. 비타민 C와 E가 많고 면역력과 관련된 식물로, 쌈으로도 먹고 차로도 마신다. 데쳐야 쓴맛이 줄어든다.
꽃이 예쁜데 식용 가능한 풀도 많다
'꽃마리'는 오이 향이 나는 식물로, 꽃이 작아도 아름답다. 생즙을 내거나 말려서 다려 마신다. 나물로 무쳐 먹거나 볶음에도 어울린다. '봄가치꽃'은 개부랄꽃이라는 이름도 있다. 꽃이 작고 예쁘지만, 무쳐 먹거나 샐러드로 쓰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씀바귀'는 이름처럼 쓴맛이 강한 식물이다. 초무침이나 김치에 쓰이며, 식감이 살아 있다. '말랭이'는 쓴맛이 아주 강해 데친 뒤 찬물에 우려야 한다. 겉절이로 먹거나 무침, 국재료로도 좋다. '갈퀴덩굴'은 가시가 있어 손에 까슬하지만 데쳐서 겉절이나 샐러드로 먹는다. '살갈퀴'는 날콩 맛이 나지만 데치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소리쟁이'는 씨앗끼리 부딪혀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순에 약한 독이 있어 과다 섭취 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침, 된장국에 잘 어울린다. '민들레'는 꽃받침 모양에 따라 토종과 서양종으로 나뉜다. 장아찌, 김치, 쌈으로 활용되며, 꽃은 차로도 쓴다.
덩굴도 무치면 반찬이 된다
'환삼덩굴'은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되지만 어린순은 데쳐 비빔밥 재료로 활용한다. 줄기에는 가시가 있고, 즙이나 가루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갈퀴덩굴과는 다르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개소시랑개비'는 꽃대가 사방으로 뻗는 식물이다. 데쳐서 무치거나 국에 넣는다. 쑥은 떡이나 차로 즐겨 먹는다. '원추리'는 독성을 지닌 성분이 있어 반드시 데친 뒤 하루 이상 우려낸 후 조리해야 한다. 무침이나 국에 사용된다. 옛날엔 ‘망우초’로 불리며, 근심을 잊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
'광대나물'은 꽃이 화려하다. 맵고 쓴맛이 있어 데쳐서 맑은 물에 우려내야 먹을 수 있다. 무침이나 국으로 조리한다. 갓은 생으로 먹는 것이 좋고, 겉절이나 김치로도 적당하다. 데치면 매운맛이 더 강해진다.
조리 전 독성 확인이 필요한 식물도 있다
원추리 외에도 애기똥풀, 상개불주머니 같은 식물은 독성이 있어 절대 생식하면 안 된다. 특히 '애기똥풀'은 꽃은 예쁘지만 식용으로 절대 금물이다. 이런 식물은 관상용으로만 감상해야 한다.
'조팝나무'는 꽃이 좁쌀처럼 생겨 그런 이름이 붙었다. 꽃은 차로, 어린순은 데쳐서 무침으로 먹는다. '쥐똥나무'는 흰 꽃이 라일락보다 향기가 진하다고 알려져 있다. 위와 간 건강에 관련된 식물로 소개되기도 했다.
'머위'는 기침이나 천식이 있을 때 활용됐다고 전해진다. 나물로 무쳐 먹거나 짱아찌로 만들어 먹는다. '고들빼기' 중 가장 크다는 왕고들빼기도 무침이나 김치로 인기 있다.
'섬쑥부쟁이'는 부지깽이나물로도 불린다. 과거 흉년기에 배를 채우던 식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 관련 증상에 이용됐으며, 입과 줄기를 말려 다리거나 무쳐 먹는다. '아주가'는 줄기와 잎을 데쳐 나물로 먹거나, 말려서 차로 활용된다. 꽃은 진정과 통증 완화 관련 내용으로 전해진다.
한여름 전 채취 가능한 초여름 들풀
이번에 소개된 식물들은 대부분 초여름에 채취할 수 있으며, 채취 후에는 반드시 적절한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데쳐서 쓴맛이나 독성을 줄이는 작업이 필수다. 어떤 것은 말려 차로 마시고, 어떤 것은 무쳐서 반찬으로 곁들인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먹을 수 있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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