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습기가 높아지고 햇살이 강해지는 시기다. 남부 지방 산악지대에는 이름도 낯선 야생 난초가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공원공단은 전남 월출산의 기암절벽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석곡'이 개화를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석곡은 매년 5~6월, 기온과 습도가 맞아떨어질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석곡'
석곡은 난초과에 속하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 10~30cm 정도로, 줄기는 가늘고 마디가 많다. 윤기 있는 잎이 어긋나게 달리며, 오래 자란 줄기 끝에는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꽃이 핀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섬에 분포하며, 바위나 나무에 붙어 사는 착생 식물이다. 과거에는 도서 지역 부둣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자생지가 급격히 줄었다. 개체 수가 줄어든 이유는 한약재와 관상용 채취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줄기와 뿌리를 말려 진액을 보충하는 데 썼다고 전해진다. 꽃과 줄기의 형태가 이국적이고 아름다워 원예용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목부작, 석부작 등 분경용 재료로도 많이 쓰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생지가 많다는 판단 아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남획과 서식지 훼손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결국 2012년부터 다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현재 약 5000여 개체가 전국에 남아 있다.
석곡, 자생 개체가 줄고 있다
석곡은 줄기 위쪽에 피침형 잎이 2~3장 달려 있고, 이 잎은 2~3년 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분포지는 제주도와 남해안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히말라야, 인도차이나 등 동아시아 지역까지 넓게 퍼져 있다.
그러나 분포한다고 해서 개체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실제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재배해 왔지만, 자생 개체는 점점 줄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멸종 위협이 낮은 식물로 평가된다.
석곡은 겨울철 낙엽 상태로 휴면기에 들어가며, 이 과정을 거쳐야 이듬해 꽃을 제대로 피운다. 기온 변화에 민감해 겨울 온도가 너무 낮거나, 여름에 건조하면 꽃이 잘 피지 않는다. 자생지 대부분이 고온다습한 남부 해안가에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물론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도 석곡의 생육을 어렵게 만든다.
야생 석곡 채취는 불법, 재배만 가능
석곡은 현재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어 야생에서 채취하면 처벌을 받는다. 특히 국립공원 내 특별보호구역은 일부 기간 사람의 출입 자체가 통제되는 곳이다. 이런 지역은 자연생태계와 경관을 보존하기 위한 곳으로, 출입 시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월출산국립공원 역시 기암절벽지의 석곡 서식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처럼 석곡은 재배된 개체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재배 조건이 까다롭다. 반양지 환경과 통풍이 잘되는 장소, 겨울철 5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물빠짐이 좋은 수태를 사용하고, 습도 관리를 철저히 해야 꽃이 제대로 핀다.
일반인이 쉽게 재배하긴 어렵지만, 일부 원예가와 약재 시장에서는 재배 석곡이 유통되기도 한다. 그러나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약재로 사용된 전례는 있지만, 일반 섭취는 권장하지 않는다.
일본에선 품종 식물로 발전한 '석곡'
일본에서는 석곡을 ‘장생란’이라 부르며 귀하게 여겨 왔다. 오랜 기간 품종개량을 통해 여러 형태의 석곡이 만들어졌고, 이를 기르는 수집가들도 많다. 일본 원예계에서 석곡은 풍란과 함께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질 만큼 오랫동안 재배돼 왔다.
한국에서는 자연 상태의 자생 개체가 중심이지만, 일본은 품종화된 석곡이 중심이다. 꽃의 형태와 색깔, 줄기 구조에 따라 세밀하게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석곡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각 지자체와 국립공원 사무소에서는 자생지 복원을 위한 모니터링과 서식지 보호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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