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3년째 계속되는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은 손흥민이 아시아 축구계에서 상징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손흥민이 또다시 사우디 이적설에 휘말렸다. 4일(한국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독점 기사를 통해 “토트넘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복귀를 앞두고 선수단 개편을 추진하면서 이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여름 팀 주장 손흥민을 판매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정론지 ‘더 타임스’ 역시 “사우디 구단들이 손흥민을 영입하려는 시도를 재개한다. 토트넘과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손흥민은 지난 2년 동안 사우디 프로 리그의 주목을 받아왔다”라며 사우디 이적설을 조명했다.
손흥민은 사우디가 국부 펀드(PIF)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유럽 스타들을 모으던 2023년부터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였다. 당시 사우디의 알이티하드가 연봉 2,500만 파운드(약 463억 원)를 제안한 걸로 알려졌다.
당시 손흥민은 사우디 이적설을 일축했다. 2023년 6월 엘살바도르와 A매치 이후 “나는 아직 사우디 리그에 갈 준비가 안 돼있다. 프리미어리그(PL)에서 할 일이 남아있다”라며 “(기)성용이 형이 이야기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 나도 돈이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리그에서 뛰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우디는 이후에도 꾸준히 손흥민에게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때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았다. 지난겨울에는 계약 연장 조항이 1월 초에도 발동되지 않아 잠시 자유계약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얼마 후 2026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게 발표돼 흐지부지됐다.
올여름에는 지금까지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선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숙원 사업을 이뤄냈다. 손흥민은 올 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토트넘에는 17년 만에, 손흥민에게는 난생처음인 주요 대회 트로피였다. 비록 PL이나 UCL 수준의 명망 높은 대회는 아니지만, 손흥민이 토트넘 전설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토트넘도 적절한 이적료를 받고 손흥민을 판매할 마지막 기회다. 손흥민은 올여름 33세가 된다. 이번 시즌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고강도 전술을 소화하다가 몸에 큰 무리가 왔고, 9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했다. 최근 몇 년 리빌딩을 진행한 토트넘이 이번 이적시장을 손흥민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적기로 판단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내용이 그 방증이다.
사우디 프로 리그가 손흥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분명하다. 우선 아시아 시장에서의 확장성과 더불어 수익 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
사우디 프로 리그는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유럽에서 확장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0개국에 중계권을 판매해 2억 이상의 TV 시청횟수를 기록한 건 긍정적이지만, 기존 사우디 프로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적었음를 고려했을 때 그것이 진정한 리그 가치 증가인지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난 시즌 9월 알힐랄이 알이티하드를 3-1로 제압한 사우디 프로 리그 경기의 유럽 시청 횟수는 5,000회에 불과했다. 알힐랄과 알이티하드 모두 유럽 빅리그 출신 스타들이 뛰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저조한 수치다.
손흥민 영입은 유럽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우디 프로 리그가 아시아 시장에서 확장성을 공략할 히든카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이미 경제적 위력을 증명했다. 2022년에는 토트넘이 한국 투어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한국 기업과 상업적 계약을 체결한 걸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중 손흥민 없이 한국에서 PL 중계권료 인상은 없을 거라 못박는 곳도 있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창출한 유무형의 가치는 사우디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적어도 중계권료나 유니폼 판매 등에 있어서는 확실한 이득이 기대된다. 사우디는 2023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 이후 670% 이상의 수입 증대를 경험한 바 있다. 손흥민 영입이 그 정도 영향력을 미치진 않겠지만, 동아시아 시장에서의 확장성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
영국과 사우디의 여행 매력도 차이로 손흥민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이 극적으로 늘지는 않겠지만, 사우디 프로 리그가 사우디 관광청과 협력해 장기적으로 사우디에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키려 노력하는 만큼 낙관적으로 보자면 손흥민 영입이 장기적인 관광 수입 증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손흥민이 아시아에서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손흥민 영입은 사우디 프로 리그가 진정한 아시아 최고 리그가 됐음을 알리는 장면이 될 수 있다. 분명 사우디 프로 리그는 아시아 최고 리그 중 하나다. 그러나 PIF 개입 이후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를 보유하지는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 선수만 5회 수상한 손흥민을 품에 안는다면 이러한 갈증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다.
당연히 손흥민 영입으로 해당 팀의 전력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 다만 ‘더 타임스’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아시안 쿼터 때문에 사우디 프로 리그가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사실과 다르다. 매체에서 예시로 든 AFC 챔피언스리그(ACL)의 아시안 쿼터는 2024-2025 ACL 엘리트의 등장으로 외국인 쿼터와 함께 폐지됐다.
아직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 다른 리그로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손흥민 입장에서는 자유계약 신분으로 다른 팀과 협상하는 게 유리하며, 현재로서는 손흥민이 유럽에 남아 도전을 이어갈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손흥민이 사우디로 향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그 일이 현실이 된다면 사우디 프로 리그가 동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사진= 영국 'BBC'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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