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커블 마켓] 쓰디쓴 배신의 추억…‘소주전쟁’ 배경 진로-골드만삭스 사건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스낵커블 마켓] 쓰디쓴 배신의 추억…‘소주전쟁’ 배경 진로-골드만삭스 사건

투데이신문 2025-06-04 16:12:01 신고

3줄요약
하이트진로의 ‘진로’가 제로슈거 소주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진로’가 제로슈거 소주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사진=하이트진로]

 

스낵커블 마켓은 마치 마켓에서 다양한 스낵을 고르듯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사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산업과 관련된 궁금증부터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소비자의 시선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소비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부터 단순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한 조각씩 지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가벼운 정보 한 입이 모여 언젠가는 더 현명한 소비를 돕는 든든한 안목으로 쌓이기를 바랍니다. 스낵처럼 쉽고 맛있게, 정보를 한입 베어 물어 보세요.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1997년, 국내 1위 소주업체 진로는 부도 위기를 맞습니다. 그리고 벼랑 끝에 서 있던 진로는 한 외국계 금융자본을 만납니다. 이름은 골드만삭스.

이들의 만남은 처음엔 회생을 위한 컨설팅 계약이었지만, 8년 뒤 진로는 골드만삭스가 사실상 주도한 법정관리와 매각 절차 끝에 하이트에 인수됩니다. 최근 극장가에 걸린 영화 <소주전쟁> 은 이 당시 진로와 골드만삭스 간에 벌어진 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진로에 이런 부침이 있었는지 아셨나요? 당시 언론 기사 등을 참조해 당시 상황을 구성해 봤습니다.

외자유치 파트너에서 주채권자로…골드만삭스의 변신

진로는 1997년 11월 골드만삭스와 구조조정 자문 계약을 체결합니다. 당시 부도 직전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자유치를 추진하던 진로는 골드만삭스를 컨설팅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계약서에는 진로의 사내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밀유지조항도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인 1998년 3월,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자산, 매출, 조직 등을 파악한 후 자산관리공사(KAMCO)와 시중 은행들로부터 진로의 채권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합니다. 총 매입 규모는 약 3400억원. 액면가 10~15%에 불과한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골드만삭스는 자문사에서 투자자로, 나아가 진로의 최대 채권자로 변모합니다.

진로의 회생, 그리고 다시 닥친 벼랑 끝

진로는 1998년 3월 법원으로부터 화의(파산 예방을 위한 채권-채무자 사이 계약) 인가를 받고 회생 절차에 돌입합니다. 화의 조건에 따라 처음 2년간은 원금과 이자 상환이 유예됐고, 3년 차부터는 이자만 갚는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진로는 1998년 ‘참이슬’ 출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1998년 4623억원이었던 매출은 2002년 5900억까지 꾸준히 올랐고, 영업이익도 800억원에서 많게는 1362억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진로에게도 희망 한줄기가 어렴풋이 보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2003년부터였습니다.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상환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장진호 전 회장 측은 외자유치를 추진하며 원금상환 유예를 요청했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진로는 2003년 3월 말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채권자인 골드만삭스는 즉각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합니다. 조언자였던 골드만삭스의 이빨이 드러난 순간이죠.

법정관리 개시…장 회장의 몰락

2003년 5월, 서울지법 파산부는 진로에 대한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합니다. 장진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던 지분 12.44%는 모두 휴지조각이 되었죠. 장 회장의 경영권은 완전히 박탈됐고 진로는 창업 일가의 손을 떠나 채권단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장 전 회장 측과 진로 노조는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골프 회동설, 진로재팬 상표권 가압류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제시하며, 골드만삭스가 내부 정보를 활용해 진로를 의도적으로 법정관리로 밀어넣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하며 골드만삭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몸값 부풀리기’ 논란과 진로의 매각

법정관리 이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계 채권단은 진로의 매각 절차에 착수합니다. 2004년 메릴린치가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고, 2005년 하이트맥주가 3조2000억원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됩니다.

진로 채권의 65%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채권단은 채권 매입 당시 액면가의 10% 이하 가격으로 진로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이들은 1조원 이상의 시세차익과 이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로 사태, 교훈은 남았다

진로는 이후 하이트진로로 새롭게 출발해 소주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과 외국계 자본 간의 이해충돌, 정보 비대칭 문제, 그리고 구조조정 절차의 투명성 문제 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누가 정보를 쥐고 있었고, 누가 더 빨리 움직였는지가 승패를 갈랐습니다. 그리고 그 승자는 골드만삭스였습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