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각계 인사 4만여 명이 참석했던 거창한 대규모 행사로 치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취임식과는 달리 '실용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다짐이 엿보이는 간소한 취임선서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실용주의자 이 대통령은 정치노선과 정책뿐만아니라 취임식도 25분만에 끝낸 '실용 취임선서식' 그 자체였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도 '빨강'과 '파랑', '흰색'이 들어간 운동화를 신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전 11시에 열린 취임선서에도 적·청·백이 사선으로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나와 '통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선 TV 토론에서도 적색·청색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참여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취임 선서에서는 '국민'과 '통합'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이 대통령의 국정 가치를 확고히 했다.
특히 실용성을 강조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약 25분 가량 진행된 취임선서는 간소함과 간결함 그 자체였다. 보궐선거로 인해 인수위 없이 시작하는 대통령 임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용성이 돋보인 취임선서였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탄생한 문재인 정부 때도 취임식을 간소하게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500여명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야당 대표들을 만나 국정 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취임식은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이 대통령의 취임선서는 당선 즉시 국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이 대통령 의지에 따라 선서 중심으로 간소하게 진행됐으며, 참석인원도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정당대표, 국회의원, 국무위원 등 300여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10일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전직 대통령 가족과 각국 사절, 주요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재계 인사 등을 포함해 4만1000여명이 참석했었다.
당시 경제 단체장을 포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오늘 취임선서 자리에는 외국 사절단과 주요 기업인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다음달 17일 열리는 대통령 임명식에는 기업인들이나 대사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저를 나와 김혜경 여사와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리는 취임선서 자리로 이동했다.
검정 정장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적색과 청색, 흰색이 사선으로 들어간 넥타이를 한 이 대통령과 흰색 투피스를 입은 김혜경 여사가 오전 10시 50분경 국회 본관 앞에 도착해 모습을 드러내자 좌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본관 앞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한 뒤 내부로 들어서자 대기 중이던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양옆에 도열했고 이 대통령은 이들과 손을 맞잡으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연단 위에 서 있던 5부 요인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던 조희대 대법원장과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연단 중앙에 선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기 전 "제가 (로텐더홀로) 들어오면서 야당 대표들을 못 뵈어서 악수를 못했는데 혹시 오해를 안 하시길 바란다"고 웃음 지으며 말했다.
이에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옆에 있던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을 선서식을 마친 후 연단에서 내려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약 25분간 연설을 이어 갔으며 박수는 총 22차례 나왔다. 취임선서를 마친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지킨 방호직원과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후 잔디광장으로 나와 취임선서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머리 위에 크게 하트를 그리며 웃음 짓자 시민들도 연신 "이재명, 대통령"을 외치며 환호로 답했다. 김 여사도 작게 손하트를 그리며 이 대통령과 함께 웃음을 지었다.
취임선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69조에 따라 대통령 취임선서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새 정부의 출범을 기념하는 정식행사는 다음달 17일 제헌절 기념식과 병행해 '임명식'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다음 달 열릴 예정인 임명식은 새 대통령의 '취임'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임명한 것임'을 기념하겠다는 취지로, 명칭을 '임명식'으로 한 것에는 "국민주권정부 탄생의 주체는 주권자인 국민"이라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