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수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실적 저하에도 인재 등용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기업 저가 공세,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을 겪지만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싸움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까닭이다.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주요 대학들과 관련 학부 개설, 석·박사 과정 지원 등으로 우수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10.7%, 3위), SK온(4.7%, 4위), 삼성SDI(3.3%, 7위) 국내 3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합산 점유율은 18.7%로 지난해 같은 기간(23.2%)보다 5%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 CATL(38.3%), BYD(16.7%)는 각각 1, 2위에 올랐으며, 중국 기업 전체 합산 점유율은 67.5%에 달했다.
시장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이미 중국에게 밀렸다. 2024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은 42.0% 점유율을 기록, K-배터리 3사(40.3%)를 처음 추월했다. 2년 전만 해도 한국이 26.9%포인트 앞섰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CATL이 점유율 1위(29.5%)를 기록했다.
중국은 철저한 정부 주도 하에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전기차와 배터리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한 중국 정부는 보조금, 충전 인프라, 기술개발 등 대규모 지원책을 펴 왔다. CATL은 지난해에만 정부로부터 1조5000억원 규모 보조금을 수령했다. 최근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6조4000억원을 추가 조달, 공격적 확장에 나서고 있다.
비단 중국 공세뿐 아니라 산업 전반이 쪼그라든 것도 문제다. 보급률 둔화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 목표를 수정하며 배터리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 둔화는 최근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 3747억원을 냈는데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77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이를 제외하면 830억원 영업손실을 입었다. 삼성SDI도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434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온은 2993억원 영업손실을 남겼다.
미국 정책 변화도 변수다. 미국은 공화당을 중심으로 세액공제 조기 종료를 시사하고 있다. 최근 하원이 AMPC 종료 시점을 기존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앞당기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다행히 전면 폐지는 피했다. 그러나 아직 상원에서 관련 법안 심의 및 의결 절차가 남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어려운 대외 환경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K-배터리 3사는 꾸준히 채용을 늘림과 함께 다양한 경로로 인재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 인력 확충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점유율 반등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K-배터리 3사 임직원 수는 총 2만9529명으로 2023년 말(2만8211명)보다 4.7% 증가했다. 회사별로는 삼성SDI가 1만334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LG에너지솔루션(1만2635명), SK온(3553명) 순이었다.
3사의 임직원 규모는 3년 전인 2021년 말(2만2391명)과 비교하면 31.9% 늘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캐즘이 본격 심화한 것을 감안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채용을 늘려온 것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3사는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주요 대학들과의 산학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9일 서울대와 공동 운영해 온 산학협력센터를 확대 개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에 고려대(배터리 스마트팩토리학과), 연세대(2차전지 융합공학 합동과정)등에 계약학과를 개설했고 포항공대·한양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성균관대에서 첫 계약학과인 배터리학과를 개설한다. 학사 4년제 채용 연계형 과정으로 2026년부터 10년간 매년 30명 규모 신입생을 선발한다. 졸업 시 삼성SDI 입사 기회가 주어진다. 7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너제이에서 ‘테크 앤 커리어 포럼(T&C 포럼)’을 개최해 이공계 석박사 재학생, 박사후연구원 등 우수 인재를 영입할 계획이다.
SK온도 지난달 28일 울산과학기술대학원(UNIST)과 ‘e-SKB 산학 협동과정’ 연장 협약을 체결했다. 2022년부터 시작한 배터리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등록금과 장려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졸업 후 SK온 취업 특전도 제공된다. 석사 과정에 더해 박사 과정까지 밟는 것도 가능해진 점도 큰 변화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이 길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꾸준한 R&D가 필수”라며 “지금은 업황이 어렵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한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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