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당 때 날 세운 전 정부 에너지 국책 사업 '계승' 여부에 관심
동해가스전 국제입찰 이미 마감 단계…새 원전부지 선정 공고도 하반기 예고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하면서 한때 '대왕고래 프로젝트'로도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새 정부 들어서도 계속 추진될지 관심이다.
이날부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사업 불투명을 들어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중국, 일본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경쟁적으로 석유·가스 등 자원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국제 입찰이 막바지 단계서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새 정부가 신중히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자원 개발 업계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맡은 한국석유공사는 향후 진행하려는 2차 탐사 시추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할 해외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한 국제 입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석유공사는 단독으로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7개의 유망구조 중 가장 기대를 모은 '대왕고래'에서 1차 탐사시추를 진행했다.
그러나 유전 지층 구조인 '석유 시스템'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개발할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른 유망구조로 장소를 옮겨 향후 추가 시추 작업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석유공사는 자체 재원 투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풍부한 심해 개발 경험을 가진 해외 오일 메이저와 협력을 받고자 49%까지 지분 투자를 받는 것을 목표로 6월 말까지 입찰 신청을 받고 있다.
입찰 마감 이후 7월 4일까지 평가를 거쳐 7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구체적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1차 탐사시추가 '불발'에 그쳐 사업 동력이 약해졌다는 평가 속에서 석유공사는 해외 석유 기업의 개발 사업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에 부정적이던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전 정부 시절 정해진 일정표대로 사업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탐사시추가 이뤄지기 전 단계에서 물리탐사 자료만을 근거로 작년 6월 '산유국의 꿈'을 자극하는 '국정 브리핑'을 자청해 논란을 유발하며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정치 영역의 한복판으로 들어오게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업은 원래 동·서·남해 대륙붕의 자원 개발을 목표로 한 석유공사의 '광개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그러나 '깜짝 국정 브리핑'을 계기로 윤 전 대통령의 직속 사업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초기부터 사업 불투명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던 민주당은 1차 탐사시추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당시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에서 2차 탐사시추 이후 투입하려던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줄곧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집권 여당이 된 상황에서는 객관적 정보 접근권을 확보한 가운데 실용적인 태도로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을 검증·평가한 뒤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원개발 업계에선 최근 국내에서 경계심을 크게 불러일으키는 중국의 서해 확장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주변 대륙붕 개발 역량을 쌓아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석유공사가 과반 지분을 확보해 사업 주도권을 지키는 가운데 외자 유치를 통해 '혈세 투입'을 최소화기로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이미 막판 단계에서 진행 중인 국제 입찰을 중단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부담도 따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은 특정 정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장기적 국익을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주변 대륙붕에서 중국과 일본의 개발 경쟁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해 심해 가스전과 더불어 이전 정부 막판에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2기와 첫 소형모듈원자로(SMR·발전용량 30만㎾급) 건설 부지의 선정이 예정대로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것인지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 우리나라의 전기 수요가 현재 수준보다 약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총 2.8GW(기가와트) 설비용량 원전 2기를 2037∼2038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후 10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마련됐다.
또한 2035∼2036년에는 '차세대 미니 원전'인 SMR이 처음으로 0.7GW 규모로 들어서게 된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11차 전기본 확정과 동시에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공고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하반기'로 공고를 미뤄 결정권을 사실상 차기 정부에 넘긴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시절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강조하면서 '탈원전' 기조였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하반기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공고가 이 대통령의 '원전과의 공존' 정책의 실질적 시작을 알리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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