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백악관이 전 세계 교역국에 일제히 '무역 협상 최종 제안'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오는 4일까지 각국은 미국에 '최고 수준의 제안'을 제출해야 하며, 이는 향후 양자 간 무역 협상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로이터통신 보도 관련 질문에 대해 "서한이 발송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든 교역 파트너에게 서한을 보냈다"며 "이는 예의상 보내는 통보이자, 실질적인 협상 촉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USTR이 각국에 'best offer', 즉 가장 나은 무역 제안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제출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백악관의 공식 확인으로 이 보도는 사실상 신빙성을 갖게 됐으며, 무역 협상 테이블이 전례 없이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서한 발송이 "모든 교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도 해당 문서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공식 언급을 삼하고 있으나, 고위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워싱턴발 메시지와 관련해 긴밀한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통적 '강압적 협상 전략'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경제·무역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트럼프 캠프는 지난 몇 주 동안 '아메리카 퍼스트 2.0'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미국 기업 보호, 자국 생산 촉진, 무역 불균형 개선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번 서한 역시 이러한 대외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며, 각국에 일정 수준 이상의 양보를 요구함으로써 미국의 협상 지렛대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짙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4일 데드라인'이 단순한 마감일이 아니라, 미국이 각국의 협상 의지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외교적 압박을 넘어 실질적인 재협상 카드가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국가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 미국과의 통상 이슈로 반도체 공급망,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보조금 규정 등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서한이 한국의 이러한 민감 사안과 직접 연계될 경우, 향후 협상의 양상은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된 문서를 확인해줄 수는 없으나, 미국과의 통상 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USTR과 수차례 실무 접촉을 진행했으며,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이번 4일 데드라인 이후 각국이 제출한 제안을 평가한 뒤, 협상 테이블에서 수용 가능한 안건과 거부할 사안을 분류해 재협상 혹은 무역 보복 조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구가 미·중 무역 전쟁 이후 다시 시작되는 글로벌 통상 재편의 전주곡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의 전격적인 서한 발송은 단순한 외교적 절차를 넘어 전 세계 무역 협상에 실질적 압박을 가하는 행위다. "최고의 제안을 제출하라"는 명령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다. 이는 미국이 선택의 주도권을 쥐고 협상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제 남은 건 각국의 응답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광범위하게 얽혀 있는 만큼, 향후 대응 전략이 국가 경제의 중장기 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오는 4일, 전 세계의 이목은 다시 한 번 백악관과 각국의 외교 채널에 집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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