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종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내걸었던 벤처·스타트업 공약이 벤처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으로 신음해 온 벤처·스타트업계는 “벤처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경제 강국’ 실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AI·반도체 등 첨단 신산업과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10대 공약에서 AI 예산 비율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고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고성능 GPU 5만개 이상 확보,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등 인프라 구축도 포함됐다.
벤처·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연간 40조원 규모 벤처투자시장 육성, 글로벌 4대 벤처강국 도약, 딥테크·핀테크 등 혁신 분야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육성, 지역 스타트업파크 조성, 지역 R&D 거점 집중 육성 등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유니콘 100개 시대를 열겠다”며 정부 벤처투자 예산을 2027년까지 10조원으로 확대하고 전 국민 공모형 벤처투자 펀드, 창업연대기금 1조원 조성, 대규모 메가 테크펀드(K-비전펀드) 조성 등 과감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16% 삭감하며 과학기술계와 벤처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연구사업과 과제가 중단되는 등 차질이 발생했고 이공계 인재 유출, 연구 환경 악화, 스타트업 성장동력 약화 등 부정적 파장이 컸다.
공공과기연구노동조합 등은 “현장과 소통 없는 일방적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벤처기업협회 등 업계 단체들은 R&D 예산 축소가 혁신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에 직격탄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벤처 투자 규모는 2022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으며 신규 창업 기업 수도 10% 가까이 줄었다. AI·바이오·딥테크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 모험자본 공급이 급감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퇴행한 R&D 예산 기조를 바로잡아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또 “첨단 과학기술로 세계를 주도하는 과학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인공지능(AI)·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미래차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R&D 예산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이 “벤처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최대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앞선 윤석열 정부가 운영한 R&D 세액공제 제도의 구조와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 R&D 세액공제는 기업이 연구개발에 사용한 비용 일부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3년 기준 R&D 세액공제는 일반, 신성장·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투자액의 40~5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대기업은 30~40%, 중견기업은 30~40% 수준 공제가 적용된다. 이처럼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에 대해선 이미 최대 50%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있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 적용 기한은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됐고 세액공제율도 상향 조정되는 등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도입됐다. 또한 연구개발비 임차료, 소프트웨어 대여비, 특허조사비 등 세액공제 대상이 확대됐고 연구개발 장비 감가상각 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법인세 비용 절감 효과가 커졌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최대 50%까지 확대” 방침은 벤처기업과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현행 제도 상한을 명확히 유지·확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국민·기업 투자 시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 과감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의 경우 생산·판매 단계까지 세액공제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즉 이재명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 공약은 벤처기업들이 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기존 상한인 최대 50%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는 벤처기업의 기술개발 투자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벤처·스타트업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벤처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눈에 띈다. 연간 40조원 규모 벤처투자시장 조성과 정부 벤처투자 예산을 10조원으로 증액해 민간 투자 유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민이 참여하는 벤처투자 펀드를 도입하고 선배 스타트업과 정부가 함께 투자하는 창업연대기금 1조원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대규모 메가 테크펀드 ‘K-비전펀드’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역별 특색에 맞는 스타트업파크를 조성하고 지역 R&D 거점을 집중 육성해 수도권 집중 완화 및 지역 균형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창업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제를 개선하고 M&A 활성화를 위한 세제·보증 혜택을 확대한다. 또 지식재산권 소득 세제를 지원하는 ‘K-특허박스’를 도입하는 한편 규제샌드박스·규제자유특구 활성화, 중소기업 옴부즈만 제도 지역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공계 학생·박사후 연구원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연구자 중심 자율성 회복, 지역 연구거점 강화 등 공약도 발표했다.
벤처·스타트업계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체로 긍정적 기대를 표하고 있다. 앞서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R&D 예산 확대와 투자 생태계 복원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침체됐던 벤처 생태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 주도 대규모 펀드 조성과 지역 스타트업파크 확대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해소와 혁신 창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는 전언이다. 경기 성남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는 최근 AI·핀테크·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창업팀 입주가 늘고 있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가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 방침을 발표한 만큼 새 정부 시작과 맞춰 벤처캐피탈 투자 심사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광주 등 지역 스타트업파크에도 지방대 출신 창업가와 연구자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 펀드나 투자 확대가 단기적 성과에 치우칠 경우 관치 논란이나 시장 왜곡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의 효율적 배분과 민간 자율성 보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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