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이재명 정부의 환율 정책은…고환율일까, 저환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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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이재명 정부의 환율 정책은…고환율일까, 저환율일까

비즈니스플러스 2025-06-04 09:33: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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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경제회복을 최우선으로 잡았다. 선거 기간 중에도 그렇게 강조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이 0.8%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았고 심지어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은 0.3% 전망치를 내놓았다. 여차하면 마이너스 절벽에 다다를수 있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경제공약을 내세웠지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주가 5000 시대'이다. 지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주가는 그 정도는 올려놓아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7.4.7'이라는 숫자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5000이라는 숫자를 제시한 셈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책사로 알려진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는 여러 인터뷰에서 '3.4.5 성장'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 3%, 세계 4대 수출국,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해질 수 밖에 없지만 일단 환율 하나에 집중해서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기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당 주최로 열린 국민개표방송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외환위기 부른 저환율 정책과 물가앙등을 부른 고환율 정책 사이에서

지난해 12월 계엄 이후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기만 했던 환율이 폭등해 1500원까지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자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전대미문의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고환율은 곧 경제위기라는 기묘한 공식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제2의 플라자 합의 운운하면서 다시 환율이 급락을 하자 이번에는 시장에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린 우리 경제가 곧 거품이 까진 일본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크게 번지기도 했다. 

적정환율이 과연 어느 선에 있느냐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90년대 외환위기 이전의 세 자릿수가 적정환율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1500원을 넘기는 숫자를 적정환율이라 부를 수는 더더욱 없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의 안정적인 숫자인 1288원(2023년 평균환율)과 1320원(BofA증권의 올 하반기 전망치) 사이 그 어딘가에 우리 경제 실력에 걸맞는 적정 환율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왔을 때 원·달러 환율은 세 자릿수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외환보유고가 많아야 300억달러에 불과할 때 외채는 1000억달러를 넘기고 있어서 환율이 오르면 우리 기업들이 대외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1997년 10월과 11월 사이 당시 정부가 환율을 지키기 위해 118억달러를 외환시장에 뿌려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낸 것은 기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변명을 하더라도 결국 김영삼 정부의 최대치적으로 자랑하던 국민소득 1만달러를 유지하려는 허위의식때문은 아니었느냐는 의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고환율 정책을 기본 베이스로 깔았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936.1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이명박 정부 첫해 2008년에 1259.5원까지 급등했다. 무려 34%나 폭등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흽쓸고 있어서 환율 불안은 꼭 정부 정책 때문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환율을 시장에 완전히 맡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고환율 정책을 밀어부친 것이 사실이다. 

당시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는데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께는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은 없다. 118명의 경제학자가 나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물가 앙등으로 말 그대로 위기국면에 빠져 들어가고 이명박 정권의 인기도 추락하자 최중경 당시 차관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2008년 환율이 급등한 것과 무관할 수는 없는 일인데 1891.45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연말에는 1124.47까지 급락했다. 환율 상승폭을 넘어선 낙폭이었다. 

반면에 2009년 환율이 1164.5원으로 2008년에 비해 10%가량 절상되자 코스피 지수는 1682.77까지 올라 전년의 낙폭을 상당부분 회복했다.  

이처럼 환율은 지나치게 올라도 문제이고 내려도 문제인데 주가 지수 5000을 운위할 때 고환율은 전혀 우군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계엄 사태 이후 급등했던 환율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분위기여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운신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원·달러 환율 추이(달러당 원)/자료=한국은행
원·달러 환율 추이(달러당 원)/자료=한국은행

◇기재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구윤철, 안도걸, 박창환 등 관료 출신과 김태년 등 정치인 출신에 따라 환율 문제도 정리될 듯

이재명 대통령은 유세 기간 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한민국 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제 우리 국민도 자산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선진화된 주식시장이 필요하다. 한국 주식시장 활성화가 국민의 건전한 자산 증식을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혁신적 기업을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주가 조작에 한 번이라도 가담하면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엄단하고 쪼개기 상장시 모회사의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도록 제도를 바꿀 예정이다.

그런데 주가 5000은 고환율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이다. 고환율에서는 우선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에 돈을 넣어봐야 환차손이 불가피해 외국인 투자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 철강 등에 최대 50%까지 관세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환율로 이들 수출기업을 지원하려면 원화값을 거의 반토막을 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은 이미 관세에 이어 환율 압박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제는 기업실적이다. 관세문제를 고환율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리 대기업들의 실적이 수직낙하하면 역시 주가지수 5000시대는 어렵다.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상법개정안 등을 통해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만들고 AI(인공지능) 등 신흥산업을 일으켜 주식시장에 훈기를 넣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또 국내 중견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중국과 물량, 가격 경쟁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제조업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고환율같은 정책으로 수출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제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쯤 해서 새 정부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사들의 면모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전 국무조정실장인 구윤철 서울대 특임교수는 기재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환율이 1400원에서 1430원으로 오른 게 중요한 게 아니다. 1430원으로 올라서 그대로 유지되면 사람들이 예측할 수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로 떨어진 상태에서 유지되면 안정화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앞으로 끌고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환율 문제는 정책으로 높거나 낮게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안정감있고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재부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일찌감치 고환율이 초래하는 경제적 부담을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환율이 크게 오르자 언론과의 통화에서 "수입물가 상승과 함께 수출 제조기업의 원자재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 외화 채무가 많은 금융기관들 역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국내 자산을 매입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대응책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기재부에서 재정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박창환 전남 경제부지사도 최근 기재부에 복귀하면서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공격적인 환율 정책과는 무관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정치인으로 기재부 장관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김태년, 이언주 의원 등 역시 환율 문제에 있어서 특정 편향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제 집권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일찌감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율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디지털자산위원회 스테이블코인 토론회'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기존 환율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규모가 57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원화값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활성화를 통해 환율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 경제에 적정환율이 어느 수준이냐는 정답을 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달러베이스 국민소득이 뒷걸음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주가하락을 부추키는 원화값 추락을 막는 방향은 분명하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아주 조심스럽게 강세(저환율)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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