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일 "이승엽 감독이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며 "이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이 감독의 잔여 연봉을 보전하기로 했다.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고, 차기 감독 선임 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 2022시즌 종료 후 김태형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과 재계약 대신 이승엽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적 결정을 내렸다. 선수 시절 KBO리그 최고 슈퍼스타였던 이 감독이지만, 선임 때부터 우려를 샀다. 지도자 경험이 없었고, 계약 규모(3년 총액 18억원·초임 감독 기준 1위)도 너무 컸다.
이승엽 감독은 그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 부임 전 9위였던 순위를 2023년 5위로 올렸고, 2024년엔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처참하다. 2023년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 패배로 탈락했다. 2024년 WC 결정전 때는 4위로 올랐으나 KT 위즈에 2연패하고 역대 최초 WC 업셋 탈락 불명예를 썼다.
감독의 전략 부재만 말하기엔 악재도 많았다. 두산이 3년 동안 정상 로스터를 가동한 건 2023년이 유일했다. 2024년엔 은퇴 선수 오재원이 두산 시절 후배들을 협박, 향정신성 약물을 대리 처방받게 한 게 적발되며 내홍에 휩싸였다. 팀 중간 연차, 1군 벤치 멤버였던 선수들 다수가 연루돼 한 시즌 통째로 출전하지 못했다. 야수 뎁스(선수층)가 얇아진 가운데 외국인 투수들은 연달아 부상에 신음했다. 선발진이 무너졌고 불펜진에 의존하다 혹사 논란이 일었다.
'팬심'도 이승엽 감독을 외면했다. 불펜·번트·주루 등을 강조한 이 감독의 스타일이 '롱볼'을 원하는 팬들의 불만을 샀다. 최초 WC 업셋을 당한 지난해 10월 3일 잠실구장은 "이승엽 나가"라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는 8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준비된 선수라면 쓴다. 어설프게 야구하는 선수는, 나도 어설프게 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예고했다. 그는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조금 더 야구장에서 플레이에 진심을 담자고 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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