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공장 지키려다 미래까지 용광로에 녹일 텐가[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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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공장 지키려다 미래까지 용광로에 녹일 텐가[기자수첩]

이데일리 2025-06-03 20:0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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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이런 시기에 공장 사준다는 곳 있으면 다행입니다.”

철강·석유화학 등 국내 산업현장 곳곳에서 최근 이 같은 한숨 섞인 말이 흘러나온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중국발 공급 과잉과 내수 부진, 트럼프 관세 폭격까지 겹치며 한국 제조업은 ‘삼중고’를 넘어 ‘사중고’에 직면했다. 현시점에선 사업을 정리하는 일마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때 공장 불 꺼질 틈 없이 24시간 돌아가며 한국 경제 심장을 뛰게 했던 주력 산업들은 중국발 저가 공습으로 동력을 상실했고 급기야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기업들은 한계 사업을 정리하며 제 살을 직접 깎는 노력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사업 매각을 결단하면 어김없이 노동조합의 ‘무조건 매각 반대’ 구호가 뒤따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포항 2공장 셧다운(폐쇄)을 결정했지만 노조 반대로 6개월 넘게 가동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은 간신히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수준이고 그 사이 수억원대 손실이 쌓였다.

현대제철이 포항 2공장에 이어 매각 대상에 올린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는 원가 경쟁력을 상실한 비효율 자산이다. 철강 산업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회사는 생존을 위해 노조의 반발이 되풀이될 걸 알면서도 고육지책으로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산 매각이 고용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는 현실적인 문제 제기다. 회사가 지금처럼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는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사가 ‘공존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매각은 안 된다”는 흔한 구호보다 “이런 방식의 전환이라면 동의할 수 있다”는 노조의 책임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 회사는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단계적 전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수명이 다한 사업에 붙은 인공호흡기를 함께 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대제철 경북 포항공장 전경.(사진=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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