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기자]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소위 군사 강국들이 굳건히 점령해 온 세계 무기시장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우리나라가 빠른 수출 성장세로 새로운 수출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기존 수출 강국들 내에서도 한국을 ‘방위산업 메이저 리거’라고 평가하며 흠칫 놀라는 분위기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급변하는 무기시장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우수한 방산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꼽았다.
◇ 한국,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으로 성장
최근 세계 무기시장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과 한반도‧중국-대만‧인도-파키스탄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싱크탱크인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실제로 2012~2016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했지만, 2020~2024년에는 506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71조 7000억원을 수출해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하면서 세계 무기 수출국 10위에 올랐다.
최근 10년간 무기 수출 실적 변화도 2014년 약 34억 달러에서 2022년 173억달러로 급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의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국산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한 것이 수출액 증가를 이끌었다. 물론 지난 2년간 수출액이 95억달러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대형 수출 계약이 올해로 이월되면서 생긴 일시적 감소인 만큼 올해부터 수출이 반등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 발 빠른 대응과 품목 확대
이처럼 국산 무기 수출이 확대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세계 무기시장에서 발 빠르게 대응한 방산업계와 관계 기관의 노력을 꼽았다. 특히 러-우 전쟁 이후 유럽, 중동 등에서 방위력 증강을 위한 무기 수요가 급증하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궁-II 등 주력 무기체계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가격 경쟁력과 신속한 납품 능력을 강화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고 호평했다. 그리고 이는 곧 K방산의 강점이 됐다.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과 신속한 납품 등 이 같은 한국 방산의 강점 덕분에 현재 K9 자주포는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69%를 점령하고 있고, 독일 등 군사 강국의 방산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 동등 이상의 성능을 제공해 전 세계 군에 K방산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를 발판으로 현재 수출 품목은 과거 탄약, 함정 중심에서 전투기, 자주포, 전차, 다연장로켓, 방공무기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수출 지역 역시 아시아와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 무기개발의 원동력, 국방기술
무기 개발의 바로미터인 국방과학기술수준도 수출 확대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표한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수준 순위는 2021년 9위에서 2024년 8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영국, 중국, 이스라엘에 이은 순위이자 일본과 같은 순위다.
조사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주포, 무인화·자동화, 전투기(KF-21) 개발, 고체추진발사체, 스텔스 소재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무인기, 군집드론, 위성, 영상레이더(SAR), 전자광학/적외선(EO/IR)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수준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국방과학기술수준은 2021년 79%에서 2024년 82%로 상승했다. 미국을 100으로 놓고 상대적 기술수준을 평가했을 때 82%로 상승했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정익체계, 회전익체계, 공중무인체계, 우주무기체계 등 전 분야에서 기술 수준이 고르게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 분야에서는 KF-21 독자개발, 고정익 기체구조설계, 비행제어기술, 항공용 통신장비, 공대지 무장제어기술 등에서 기술수준이 상승했다. 회전익체계는 수리온, 마린온, 소형무장헬기(LAH) 개발을 통해 기술을 축적했고, 고속·장거리 기동헬기, 틸트로터 등 차세대 기술개발도 활발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공중무인체계는 사단급·군단급·중고도 무인기, 스텔스 무인전투기, 군집드론 등을 개발하면서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다.
◇ 무기수출, 미국이 압도적 1위
한편,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 5개 국가가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미국은 전투기와 대형 군함 등에서 압도적인 수출량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43%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가 9.6%로 2위를 차지했고 러시아는 7.8%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 러시아는 최근 5년간 수출이 64% 급감하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점유율 5.9%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지만, 외교적 이유로 주요 수입국 상당수가 중국산 무기를 꺼리고 있어 수출 지역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한정돼 있다. 이 외에 독일은 5.6%로 5위, 이탈리아는 4.8%로 6위에 올랐고 영국 3.6%, 이스라엘 3.1%, 스페인 3.0%, 그리고 한국이 2.2%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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