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새겨진 ‘가짜 카드’ 배송…금융권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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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새겨진 ‘가짜 카드’ 배송…금융권 위협하는 보이스피싱 ‘진화’

투데이신문 2025-06-03 08:26: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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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실제 배송된 가짜카드 모습.  카드 번호와 이름까지 적혀 있지만, 오른쪽 정상 카드와 비교해 보면 칩 위치와 플레이트 모양이 상이하고 조잡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경찰청, 투데이신문] 
왼쪽은 실제 배송된 가짜카드 모습.  카드 번호와 이름까지 적혀 있지만, 오른쪽 정상 카드와 비교해 보면 칩 위치와 플레이트 모양이 상이하고 조잡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경찰청,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카드 배송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한층 더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이름 등 개인정보가 실제로 인쇄된 ‘가짜 카드’ 실물까지 집으로 배송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처럼 고도화된 범죄는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전 금융권의 신뢰와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는 5878건으로, 피해액은 3116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범죄 건수로는 17%, 피해액은 2.2배(220%) 급증한 수치다. 

건당 평균 피해액 역시 5301만원으로 지난해(2813만원) 대비 1.9배 늘었으며 1억원 이상 고액 피해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50대 이상 피해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해, 디지털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장년층이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물 가짜카드에 원격 제어앱…정교한 시나리오형 범죄

카드 배송 사칭 수법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단순 전화 사기를 넘어, ‘실물 배송+원격 제어+가짜 기관 사칭’이 결합된 시나리오형 범죄로 진화했다.

먼저 피해자 집으로 이름이 인쇄된 가짜 카드가 실물로 배송되고, 카드 뒷면에 적힌 상담번호로 전화하도록 유도한다.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임에도, 피해자는 실물과 개인정보가 맞아떨어지는 점에 순간적으로 의심을 풀게 된다.

이후 범죄 조직원은 고객센터 상담원 행세를 하며 “해당 카드가 타인 명의로 발급됐다”며 신속한 해지 처리를 위해 ‘금감원 앱’을 설치하도록 지시한다. 이는 사실상 스파이웨어 기능을 탑재한 원격제어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검찰이나 경찰 사칭범이 등장해 “자금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며 ‘안전 계좌’로 이체할 것을 지시한다. 모든 범죄가 전문 콜센터 방식으로 각본처럼 전개된다.

이 같은 ‘가짜 카드 사기’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거의 없던 수법이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급증, 지난해 11월 한 달에만 관련 신고가 6619건 접수됐다. 이는 전년도 월평균 신고 건수(88건) 대비 75배 증가한 수치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전화 사기에 불과했던 보이스피싱이, 이제는 실물 위조·IT 기술·사회공학적 심리조작이 결합된 복합적 금융범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 발급 연락은 모두 가짜”라며, 실물 카드 배송 자체가 범죄의 시작임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권 신뢰·소비자 피해 ‘이중 위기’…제도·기술·인식 총체적 한계

정상적인 카드 배송은 반드시 카드 배송원 등 인편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가 필수다. 카드사는 신분증 확인, 서명, 본인 인증 등 여러 단계를 거쳐서만 카드를 전달한다. 

그러나 가짜카드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국제규격(ISO/IEC 7813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유통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플레이트의 크기, 두께, 마그네틱 스트라이프, 칩 위치, 인쇄 방식 등 국제표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행각으로 인해 업권 신뢰도가 떨어져 정상적인 영업활동에까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이후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보상을 받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감독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1조1722억원) 중 실제 환급된 금액은 3601억원으로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지급 정지 신청 이전에 사기범이 자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전액을 돌려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자율 배상제도 역시 법적 의무가 아니기에 실제 보상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소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신청하지 않은 카드 배송’, ‘앱 설치 요구’, ‘기관 사칭’ 등의 이상 징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개인의 경계심만으로는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가 발생하면 원상회복이 쉽지 않고, 신종 수법에 대한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수법은 계속 진화하고, 피해자 인식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피해금 환급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피해자 보호 제도와 금융기관의 협조는 충분하지 않다. 소비자 경각심 제고와 함께 금융권의 제도 개선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가짜 카드 수법은 범죄 트렌드를 넘어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과 대응 역량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신호탄”이라며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액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현실에서 금융권 신뢰 확보와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실시간 정보 공유와 금융권의 공동 대응 체계 등 기술과 제도, 인식의 총체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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