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통치 체제를 결정짓는 조기 대선이 3일 시작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헌정 질서와 권력 구조 재편이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담고 있다. 전국 유권자 4439만1871명은 사전 또는 본투표를 통해 ‘누가, 어떻게 이 나라를 운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생존 중심 표심…정책보다 실행력
사전투표율은 34.74%로, 총 1542만3607명이 참여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일부 지역에서 투표소 운영에 혼선이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선거 참여를 통해 정치에 강하게 반응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의 내용보다 실행 능력이 더 큰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세 후보는 모두 수도권과 2030세대를 핵심 승부처로 보고 유세 활동을 집중시켰다.
이재명 후보는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청년층과의 교감에 주력했다. 유세 메시지의 중심에는 희망과 안정을 내세웠다. 김문수 후보는 빨간색을 사용하며 안보·경제 위기 대응 능력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이준석 후보는 녹색을 상징으로 내세우고, 양당 정치에 대한 불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당층과 중도 유권자를 향해 직접적인 언어로 호소했다.
◇3자 구도, 통치 체제를 고르는 선택지
세 후보는 각기 다른 권력 운영 방식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민주당이 동시에 장악한다’는 전제 아래 대통령 4년 중임제, 검찰 수사권 박탈, 대법관 증원 등의 권력 구조 개편안 추진 계획을 밝혔다. 강한 대통령 중심제를 기반으로 한 집행력을 앞세우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사실상 배제하고, 긴급명령권을 활용한 정국 주도권 확보 구상을 내놓았다. 정책보다 체제 개혁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결 국면에서 강경한 정국 운영 방식을 취할 방침이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의 출마를 탄핵 부정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타협 없는 통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양당 중심의 정치 질서를 해체하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개방형 거버넌스, 시민 직접 참여를 권력 운영의 핵심 원리로 제시하며, 새로운 형태의 분권 구조를 강조했다.
◇청년표심, ‘이준석 변수’ 부상
사전투표에서는 20~40대의 참여율이 두드러졌다. 이재명 후보는 헌정 질서 수호의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진보 진영의 결집을 유도했다. 이준석 후보는 양당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직접 겨냥하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장했다.
본투표에 접어들면서 고령층의 참여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김문수 후보가 6월 3일 본투표를 실질적인 승부처로 규정하고, 조직력을 총동원해 투표율 상승을 집결의 계기로 삼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준석 후보는 오프라인 조직 기반은 약하지만,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해 디지털 확산력을 확대했다. 수도권과 충청권, PK 지역의 접전지에서 감정적 공감과 온라인 여론을 무기로 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사법개혁 놓고 충돌하는 권력 구상
사법권 개편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후보 간 권력 비전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재명 후보는 대법관을 증원하고 비법조인의 임명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사법부의 다양성과 균형성을 강화하려는 조치이며, 동시에 행정부 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사법 권력 구조 자체의 재편 구상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개편안을 사법 장악 시도로 간주하고, 당선 후 즉시 폐기를 공언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으며, 기존 권력 질서를 유지하는 방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사법 개혁 논쟁 자체를 기득권 정치권의 권력 다툼으로 해석하며, 법관 공개 청문회 도입과 AI 기반 판결 시스템 적용 등을 제안했다. 정치적 개입이 아닌 기술 기반의 구조적 투명성 확보를 통한 사법 신뢰 회복 핵심이다.
◇단 하루, 체제를 선택하는 날
이재명 후보는 제도적인 대통령 권한 강화, 집행 중심의 국가 운영 체제 확립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법적 견제를 통한 대통령 권한의 균형 유지와 헌정 체제의 안정 구상을 공개했다. 이준석 후보는 기존 정치 질서 해체와 디지털 기반의 분권 정치 시스템 구축을 거듭 강조해왔다.
본투표 하루의 선택은 대한민국이 어떤 권력 구조를 채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유권자들이 던지는 한 표는 잠깐의 선택이지만, 그 결과는 통치 체제를 바꾸는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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