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날 만나면 식사라도 하자.
- 내일까지 묵고 다음 날 떠나세요.
첫 번째 문장에 쓰인 [다음날]은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입니다. 화자나 청자나 인사치레로 여길 수 있는 맥락에 동원되었습니다. 두 번째 문장에 쓰인 [다음 날]은 '내일까지 묵고'라는 글귀가 있으니 모레임이 분명합니다. 인사치레로만 보이진 않네요.
띄어쓰기가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입니다. 다음날은 한 단어이니까 붙여 씁니다. 어떤 차례의 바로 뒤가 [다음]입니다만, 그것과 날이 만나 새로운 의미의 단어를 만듭니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어떤 날이라는 합성어이지요.
다음 날은 다릅니다. 띄어 쓴 데서 알 수 있듯 두 말이 각각 제 뜻을 온전하게 나타냅니다. 어떤 기준일 바로 다음에 오는 날이라는 것이지요. 어제 사귀기 시작한 연인 간에 '사귀기 시작한 다음 날' 하면 그날은 오늘입니다. 이들이 오늘 심하게 말다툼하고서 헤어진 뒤 '헤어진 다음 날'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말다툼은 오해한 탓이라고 하네요. 오해 풀기를. 오해임을 깨달은 '다음 날' 바로 말입니다. 막연한 '다음날' 말고요.
띄어쓰기 소재 하나, 추가합니다. 그다음 날일까요? 그 다음날일까요?
답은 [그다음 날]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그다음]은 '그것에 뒤이어 오는 때나 자리'를 뜻합니다. 다음 날처럼 그다음 날이라고 씁니다. 그러나,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어떤 날인 다음날이 어떤 것을 특정하는 듯한 '그'의 꾸밈을 받는 것은 모순이므로 그 다음날이라고는 쓰지 않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상담사례 모음: '다음날', '다음 날'의 띄어쓰기 -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217&mcfaq_seq=8761
2. 국립국어원 상담사례 모음: '그다음 날', '그 다음날'의 띄어쓰기 - https://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mcfaq_seq=8868&pageIndex=40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