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60대 남성 원모씨가 방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자신의 이혼소송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방화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원씨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한편, 방화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원씨는 이날 오전 10시 6분경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호송차에서 하차한 그는 ‘이혼 소송 결과를 공론화하려고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변했다.
이날 원씨 구속 심사는 약 15분 만에 종료됐다. 원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맞다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피해자인 척하며 나왔는데 피의사실을 모면하려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 과정에서 원씨의 쌍둥이 형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등장하기도 했다. A씨는 동생이 최근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3분경 원씨는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방화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당시 원씨는 기름통을 소지한 채 지하철에 탑승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전 9시 45분경 현장에서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원씨를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체포했다.
화재 발생 당시 열차에는 승객 400여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하지만 승객들은 화재를 인지하자마자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전달했고 기관사와 승객들이 열차에 비치된 소화기로 자체 진화하면서 큰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연기를 흡입한 23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고 129명이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모방범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3일까지 1~8호선 전 역사의 276개 역과 열차, 차량기지 등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관리를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공사 측은 원씨에게 방화 피해에 대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공사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공사는 “지난 31일 발생한 5호선 열차 내 방화 추정 화재로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 고객께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향후 원씨가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면 어느 정도 수위의 처벌을 받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2003년 2월 대구에서 지하철 방화참사를 일으킨 김대한(당시 56세)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운행 중인 1079호 전동차에 불을 질러 192명을의 목숨을 잃게 하고 151명을 다치게 했다.
2014년 5월 서울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3호선 열차 안에서 불을 내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로 기소된 조모(당시 71세)씨에게는 징역 5년의 선고가 내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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