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두진 객원기자】지난 5월 30일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 는 평범한 이웃들이 예기치 않게 초능력을 부여받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마블이나 DC의 거대 스케일 액션이 아니라, 골목길과 슈퍼 앞 작은 공간을 무대로 삼아 한국적 정서가 깃든 히어로상을 제시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이파이브>
영화는 심장 이식 후 폭발적인 스피드와 힘을 갖게 된 태권도 소녀 완서(이재인), 각막 이식으로 전자파를 시각화하는 능력을 얻은 청년 기동(유아인), 폐 이식 덕분에 숨을 오래 참게 된 작가지망생 지성(안재홍), 간 이식으로 ‘치유 능력’을 지닌 공장 매니저 약선(김희원), 그리고 다른 이의 초능력을 전이하는 힘을 지닌 선녀(라미란)가 차례로 등장하며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룬다. 이들이 바로 ‘하이파이브’다. 다섯 명 모두 동일한 시기에 정체불명의 인물에게서 장기를 이식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녔고, 각자 쓰러진 사람을 구하거나 위험한 순간에 친구를 도우며 점차 “서로를 지켜야 할 동료”임을 깨닫는다.
특히 완서와 기동, 선녀, 약선, 지성이 각자의 초능력을 얼마나 현실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좁은 골목 한복판에서 순식간에 달려 나가 적을 제압하는 완서의 액션은 태권도 선수 출신 배우 이재인의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골목길이 곧 전쟁터”라는 듯 빠르고 경쾌한 동작은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기동이 발휘하는 전자파 감지는 CG가 아닌 실제 연기로 구현됐고, 치유사로 등장한 약선의 손끝에서 빛이 퍼져 나가는 장면은 극장 안에 차분한 울림을 남긴다.
이처럼 각 캐릭터의 능력이 영화적 판타지에 머물지 않고 “어쩌면 우리 이웃도 초능력을 지닌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마블식 슈퍼히어로와 구별되는 ‘한국판 히어로’의 정체성이다. 특히 개봉 시점에 개인적 어려움으로 스크린 밖에서 자숙 중인 유아인의 기동 캐릭터를 보며, 관객은 동시에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그리운 이들에게 선사하는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유아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무대에서 관객에게 위로를 주고자 했지만, 오히려 관객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며 “다시 돌아갈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 말은, 영화를 통해 ‘희망의 언어’를 소비하는 모두에게도 작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영화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사이비 교주 영춘(박진영 분)이 드러내는 광기는 관객을 섬뜩하게 만들면서도 ‘절망이 어떻게 한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말기 췌장암 판정 후 남의 젊음을 빼앗는 행위는 스크린 너머 우리 사회가 마주하는 욕망과 절망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완서와 기동, 지성, 선녀, 약선이 불굴의 연대로 영춘을 쓰러뜨린 뒤, 약선의 손길로 혼수 상태에 빠진 소방관이 회복되는 장면은 “진정한 승리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일깨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를 묻는다. 개봉 전부터 영화 관계자들은 “K-히어로물의 전 세계적 확산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이미 국내 관객은 <하이파이브> 를 보며 “소시민이 곧 히어로”라는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만약 이 작품이 해외에도 소개돼, 일상에서 서로를 치유하고 지키는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한국형 히어로물이 보여 줄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더 넓어질 것이다.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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