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주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 중인 25%의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
예상치 못한 관세 인상에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주요 철강 수출국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이에 대한 보복 카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대서양 무역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 후 출범할 새 정부도 당장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상호관세 제동 후 품목별 관세 인상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미국 철강 산업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겠다며 50%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를 2배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주요 철강 수출국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듯이 트럼프 정부가 각 국가와 무역 협상을 진행하면서 관세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주 미 연방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의 위법성을 거론하면서 당분간 무리한 관세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이미 25%의 관세로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의 철강업계의 수출 상황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미 상무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주요 수출국은 캐나다(71억4천만 달러·23%), 멕시코(35억 달러·11%), 브라질(29억9천만 달러·9%), 한국(29억 달러·9%), 독일(19억 달러·6%), 일본(17억4천만 달러·5%) 등의 순이었다.
철강업계 "대미 수출 사실상 막혀"...새 정부 첫 '숙제'
트럼프 정부의 기습 관세 인상으로 6월 3일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이 첫번째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1~4월 대(對)미국 철강 수출액은 이미 10% 넘게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대미 철강 수출액은 13억8400만 달러(약 1조9100억 원)로 전년 동기(15억4100만 달러) 대비 10.2%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대세계 철강 수출액이 95억9600만 달러에서 93억4300만 달러로 2.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이 특히 타격이 컸다.
IBK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때 올해 대미 철강 수출액은 1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액에 대입하면 약 5억 달러(7000억원) 규모다.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높이면 대미 철강 수출 감소액은 조원 단위로 커진다는 의미다.
즉 50%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대미 수출 길은 사실상 막힐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최종적으로 50%로 확정되면 미국 내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기 때문에 미국향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정부가 자국 철강 산업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만큼 관세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치적 목표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연방 의회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것"이라며 "러스트벨트 지역의 철강 노동자층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묶어두기 위해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철강 관세가 쉽게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철강 관세 충격이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크지는 않을 수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철강 수입국의 열연강판 수입 가격은 관세 부과 25%를 가산해도 여전히 미국 열연강판 유통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POSCO홀딩스,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미국 수출 익스포저(노출)는 5% 미만으로 적어 매출에서 차지하는 영향도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철강협회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KG스틸, 세아제강, 동국씨엠, 동국제강, 넥스틸, 비철금속협회, 노벨리스코리아, 롯데알루미늄, 동일알루미늄 관계자들과 함께 긴급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또 주미 공관과 현지 진출 업체 등을 비롯한 네트워크를 가동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 중이다.
업계는 정부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미 협의를 요청하는 한편, 자체 네트워크를 통한 현지 상황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부는 "미 관세 조치의 시행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미 협의의 큰 틀에서 우리 업계의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추가 불확실성 초래" 보복 관세도 검토...캐나다·호주·일본도 반발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인상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31일 성명에서 "이 결정은 글로벌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대서양 양측의 소비자와 기업에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대변인은 EU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한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 대응 조치를 보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EU는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해 추가적인 대응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기존 및 추가적인 EU 조치는 7월 14일부터 자동으로 발효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더 일찍 발효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철강산업협회 회장인 케르슈틴 마리아 리펠은 이날 dpa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 수입 관세 두 배 인상은 대서양 횡단 무역 갈등의 새로운 고조를 의미한다"며 "50% 관세는 우리 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이미 위기에 처한 경제에 추가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우리 철강 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뿐 아니라 캐나다와 호주도 강하게 반발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관세 인상이 북미 경제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조치라면서 "캐나다 산업과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돈 패럴 호주 통상부 장관은 관세 인상에 대해 "정당하지 않고, 우방이 취할 행동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과 관세 협상 중인 일본도 이에 대한 사전 설명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담당하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전날 기자들에게 미일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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