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서 시작된 연구, 일본이 임상 성공… 세계 의료계 주도 중
연세암병원 첫 치료 개시, 서울대·아산병원도 수천억 투자하며 가세
X선·양성자 넘어선 정밀도… 고비용에도 희귀암 치료 가능성에 주목
[포인트경제] 정밀 타격으로 암세포만 제거하는 차세대 방사선 치료법 ‘중입자치료’가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중입자치료(重粒子治療, Carbon Ion Therapy)는 기존의 X선이나 양성자 치료보다 무겁고 강한 탄소이온(Carbon Ion)을 활용하는 방사선 치료 방식이다. 이 치료는 입자가 인체를 관통하며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기존 방식과 달리, 특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 현상을 이용해 암세포만을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난치성 고형암에 효과를 보이며, 치료 횟수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중입자치료 시스템 ‘HyBEAT’/히타찌 하이테크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중입자치료는 1970년대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개념이 제안되었으며, 1990년대 초까지 일부 임상 실험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당시 장비의 한계와 운영 비용 문제로 미국에서는 더 이상 연구가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일본이 기술을 이어받아 세계 최초로 임상 적용에 성공했다. 1994년,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는 중입자 전용 가속기 ‘HIMAC’를 구축하고 전립선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일본은 치료기 설계부터 임상 적용, 장비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기술을 빠르게 축적하며 세계 중입자치료 분야를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 放射線医学総合研究所)를 비롯해 카나가와현립암센터(神奈川県立がんセンター), 규슈국제중입자선암치료센터(九州国際重粒子線がん治療センター) 등 6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중입자치료가 활발히 시행 중이며, 치료 대상 암종도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병원은 외국인 환자도 수용하고 있어, 일본은 전 세계 중입자치료 관광의 중심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중입자치료 시스템 ‘HyBEAT’ 절개 없이 치료하는 ‘양자메스’ 개발 현장 /국립연구개발법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연구와 시설 투자 끝에 지난 2023년 연세암병원을 통해 중입자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가동된 이 치료기는 탄소이온빔을 이용해 전립선암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췌장암, 간암, 골육종 등 다양한 고형암으로 치료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연세암병원 측은 “한 번에 약 20분 내외의 치료가 가능하며, 평균 12회 이내의 단기 치료로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아 향후 치료 규모 확대와 추가 장비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 암센터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 중이다. 이 치료센터는 탄소뿐 아니라 헬륨 이온까지 활용 가능한 차세대 가속기를 도입하며, 연간 수백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역시 2031년 중입자치료센터 개소를 목표로 대형 계획을 추진 중이다. 회전형 치료기 2대, 고정형 치료기 1대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이온빔 센터를 조성해 산소·네온 등 다양한 이온을 활용한 차세대 정밀 치료를 실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입자치료기술의 본격적인 운영 단계에 진입한 만큼, 앞으로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치료 성과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제한된 국가만이 운영 중인 이 고가 장비는 한국의 정밀의료 경쟁력 향상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Copyright ⓒ 포인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