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 수출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5월 수출이 반도체 호황에도 불구하고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미국의 품목별 관세 조치에 본격적인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자동차와 철강 등 일부 품목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일반기계, 섬유, 가전 등도 동반 하락하면서 한국 수출의 전반적인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572억7,000만 달러(한화 약 79조2,500억 원)로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수입은 503억3,000만 달러(69조6,400억 원)로 5.3% 줄며 무역수지는 69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가장 주목할 점은 수출 주력 15개 품목 중 무려 10개 품목이 감소세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자동차와 철강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62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고, 철강은 26억 달러로 12.4% 급감했다.
자동차는 미국의 관세 회피를 위한 현지 생산이 확대되며 대미 수출이 급감했고, 철강은 미국의 관세 지속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며 수요가 위축됐다. 이 같은 관세 압박은 오는 6월 4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향후 수출 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직접적인 타격 외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품목들도 다수다. 일반기계는 글로벌 투자 위축과 경기 둔화 우려로 5.3% 감소한 4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자동차 부품은 9.4%, 섬유는 11.4%, 가전제품은 무려 14.9%나 수출이 줄었다. 이는 모두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도 고전이 이어졌다. 대중국 수출은 8.4% 줄어든 104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4.6% 감소했으며, 석유화학 수출도 생산설비 점검 여파로 11.4% 줄었다. 대미 수출 역시 8.1% 감소한 100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특히 자동차는 32%나 급감했는데, 이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관세 회피 전략의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도체는 예외적인 선전을 펼쳤다. 5월 반도체 수출은 138억 달러로, 단가 상승과 글로벌 재고 확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21.2% 증가하며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도체 한 품목만으로 전체 수출 감소세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지표를 '불황형 회복'이라고 평가하며, 일시적인 반도체 호조에 기댄 수출 회복은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국의 추가 관세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수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 있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정부에 한국 측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 관세 조치의 상호호혜적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며, "추경을 통해 확보된 약 1,500억 원 규모의 관세대응 무역보험 예산과 847억 원 규모의 바우처 사업을 조속히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외정책 조율과 다변화된 수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기적 예산 투입보다는 중장기적 무역구조 개편과 글로벌 리스크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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