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대한민국 수출이 다시 마이너스로 꺾였다. 올해 1월 이후 4개월간 유지해온 회복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무역수지는 흑자를 이어갔지만, '수출 활황'보다는 '수입 둔화' 덕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발 관세 조치와 국제 원자재가 하락이 겹치며 주력 품목인 자동차·석유화학 수출이 흔들렸고,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수출이 동시에 줄어든 점도 심상치 않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한 572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5.3% 줄어든 503억3000만 달러.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69억4000만 달러 흑자를 냈지만, 본질적인 수출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체 수출 흐름을 간신히 지탱한 건 반도체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지속되며 138억 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1.1% 증가한 수치로, 5월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그 외 주력 품목들은 일제히 고전했다. 특히 자동차는 미국의 25% 관세 본격화 여파를 고스란히 맞으며 4.4% 줄어든 62억 달러를 기록,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대미 수출은 관세가 발효된 3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가동이 현지 생산 확대에 영향을 주면서 국내 수출 물량에도 타격을 입혔다.
석유제품(-20.9%)과 석유화학(-20.8%) 수출 역시 국제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5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고, 이에 따라 관련 품목들의 수출 단가도 동반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20% 넘게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더 우려스럽다.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 부진으로 8.4% 감소한 104억 달러, 대미 수출은 자동차 부진 여파로 8.1% 감소한 100억 달러에 머물렀다.
아세안 역시 석유화학 등 자원 기반 품목 부진으로 1.3% 줄어든 100억 달러로 집계되며, 9대 주요 시장 중 무려 7곳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그나마 유럽연합(EU)은 전기차와 반도체 수출 덕에 4.0% 늘어난 60억 달러, 독립국가연합(CIS)은 34.7% 증가한 12억 달러로 선방했다. 대만으로의 수출은 무려 49.6% 급증하며 38억 달러를 기록, 역대 5월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게 만드는 품목도 있었다.
바이오헬스는 바이오의약품 수출 호조에 힘입어 4.5% 증가한 14억 달러, 선박 수출도 4.3% 증가한 22억 달러로 각각 4개월·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13억 달러(+3.9%), 컴퓨터SSD는 11억 달러(+2.3%)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화장품(9.3%↑)과 농수산식품(5.5%↑)은 나란히 10억 달러를 기록하며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K-뷰티와 K-푸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전체 무역수지는 69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수출 호조라기보다는 수입 감소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월 에너지 수입은 원유(-14.0%), 가스(-0.3%)가 모두 줄며 전체 에너지 수입이 12.8% 감소한 102억 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도 3.2% 감소한 402억 달러였다.
즉, 수출 성장이 아닌 수입 위축이 만들어낸 흑자라는 것이다. 이는 외부 변수에 따라 언제든 다시 적자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 두 곳에서 수출이 동시에 줄어든 건 단순한 경기 요인을 넘어선 심각한 신호"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통상 질서 전반을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원 기반 산업 수출이 유가 하락과 맞물려 타격을 입은 만큼, 하반기에는 품목 다변화와 고부가 전략, 지역별 맞춤형 수출 전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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