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체적용시험기관에서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인 ‘바늘 없는 주사기’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부작용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 제품 또는 비슷한 원리의 공산품으로 실제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확인돼 공분을 사고 있다.
공산품 인체적용시험의 피해자 A씨는 “해당 제품의 명칭이나 특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현재 얼굴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겨 너무 힘들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인체적용시험센터는 “피부를 뚫고 화장품을 피부에 흡수시키는 기기가 아니라 압력을 이용해 표피에 골고루 분사∙도포되도록 하는 미용기기”라며 “해당 인체적용시험은 미용기기에 대한 시험이 아니라 기초화장품에 대한 임상시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기기의 홍보영상을 보면 ‘표피 0.25mm에서 진피까지 뚫을 수 있다’거나 ‘주입 깊이 및 주입량 조절가능’ 등으로 광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피부에 분사하거나 도포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이나 화장품을 침습적으로 주입하는 기기인 것이다. 이 사건은 공산품으로 진행한 불법의료행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와 관련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인체에 약물을 주입하거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시술은 명백한 의료행위이며 여기에 사용되는 기기는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로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산품과 의료기기의 구분은 단순한 제품 분류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규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취재 결과 서울 강남을 비롯한 지방병원까지 공산품을 ‘바늘 없는 주사기’라고 홍보하면서 약물이나 화장품을 주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환자로서는 병원에서 쓰이는 기기가 공산품인지 의료기기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평소 피부시술을 자주 받는다는 직장인 B씨는 “일반인의 경우 병원에서 사용되는 장비는 당연히 모두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안전한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내가 비급여로 받는 의료행위에 쓰이는 기기가 공산품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또 “환자 권리를 위해서는 병원의 양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안전성 문제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일부 병원에서 공산품으로 시술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었다”며 “공산품은 의료기기처럼 체계적 임상시험이나 안전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인체에 약물을 침투시킬 경우 피부염, 감염, 과민반응, 조직 손상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달 지방에서 열리는 한 피부학술대회에서 미용기기로 허가받은, 즉 공산품인 바늘 없는 주사기에 대한 임상강의가 개최될 예정인데 의사들의 학술대회가 전문가로서의 연구업적이나 최신 연구동향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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