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폭염 대응을 위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산안규칙) 개정안 중 일부 조항을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재검토 의견을 수용한 가운데,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올여름 심각한 폭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구체적인 보호대책 없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노동부는 2일 폭염특보 발령 기준인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한 조항을 뺀 산안규칙 개정안을 조만간 재입법 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규개위는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안규칙 개정안 중 일부 조항에 대해 해당 내용이 근로자 건강장해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불확실한 데 이어 획일적인 규제가 중소·영세 사업장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철회를 권고한 바 있다.
노동부는 지난 4월 규개위 1차 심사에서 철회 권고를 받았다. 이후 재심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자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노동계는 규탄에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폭염 속 노동자 다 죽이는 규제개혁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폭염 속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업주의 조치를 규정하는 구체적인 사항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이달 1일부터 법이 시행됐다. 법은 시행되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없는 사상 초유의 대혼란 사태”라며 “8개월이 넘도록 세부 규칙을 마련하지 못한 노동부, 노동자의 건강은 무시하고 오로지 기업규제로만 판단하는 친기업 규개위의 행태로 노동자들은 올여름 살인적 폭염에 구체적 보호대책조차 없이 방치되고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33℃에 2시간은 서 있기만 해도 힘든 조건이며 보호구, 작업복, 중량물 작업, 기구나 장비의 열, 시설이나 도로에서 발생하는 고열 등 노동자들은 훨씬 더 고온에 노출돼 작업을 하는 실정”이라며 “폭염 시기에는 33℃를 훨씬 초과해 36℃~40℃를 넘나든다. 33℃ 2시간 기준의 20분 휴식은 최소한의 조치이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박종회 경인건설지부 지부장은 “현행 노동부의 지침은 체감온도에 따라 작업시간을 줄이기와 물, 그늘, 휴식을 강조하는 포괄적인 내용뿐”이라며 “그 결과 매년 여름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지는 게 현실이다. 더는 폭염에 건설노동자가 죽거나 다쳐서는 안 된다”며 규개위가 재검토 권고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일하고 있는 물류센터 현장은 벌써부터 더위와 습기가 기승이다. 지난해보다 더 덥고 더 길 것이라는 역대급 여름을 어떻게 날지 걱정하는 노동자들이 벌써부터 많다”며 “폭염에 고통받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자, 산업안전보건법 39조 개정안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내란세력 규개위는 해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규개위 측에 전달했다.
노동부는 해당 조항이 규칙에서는 삭제되지만 온열질환 예방지침과 자율점검표 등에 해당 내용을 포함해 현장에서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폭염안전 5대 기본 수칙에 해당 조항을 넣고 오는 20일까지 운영될 5대 기본수칙 자율 개선 기간에 사업장에 제공할 온열질환 예방지침과 자율점검표에 이를 명시해 5대 기본 수칙이 현장에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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