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올해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혁신 중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일명 ‘K-UAM(Urban Air Mobility)’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정부와 업계가 복잡한 도심 하늘을 수직이착륙기가 가로지르는 장면을 제시하며 교통수단의 혁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현실은 안갯속. 실제로 상용화 일정조차 정부, 업계, 학계 등이 제각각인 분위기다.
◇ 비행체 확보 난관…2단계 실증도 감감무소식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법·제도를 정비하고, 시험·실증을 추진해 올해부터 상용서비스를 최초로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부터 전남 고흥의 개활지에서 10개 컨소시엄, 43개사가 참여하는 1단계 개활지 실증을 진행했다. 이 실증단계에서 UAM산업기술연구조합(UAMitra)을 제외하고 현대자동차, KT, 롯데, 카카오모빌리티, SKT, 대한항공 등 나머지 기업들은 실증을 완료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수도권 도심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2단계 실증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롯데, 카카오모빌리티, 한화시스템 등 일부 기업들이 사업에서 철수했거나 계획이라는 얘기까지 계속 흘러나오면서 사업 동력을 잃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실증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는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비행체 확보 문제를 꼽았다. 실증을 위해서는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비행안전을 보장하는 인증을 획득해야 하지만, 현재 인증을 받은 비행체가 단 한 개 기종도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세계 UAM 시장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미국의 조비에비에이션조차도 지난 5월 7일, 공식 발표를 통해 올해 말까지 FAA 인증을 마무리하고,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상업 운항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행체를 해외로부터 확보할 계획이었던 컨소시엄과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실증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당연히 올해 상용화한다는 정부의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더딘 UAM 상용화, 세계적 추세
이러한 환경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도 비슷한 실정이다. 그중 미국이 2028년 LA올림픽에서 UAM 시범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인증 문제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또한 일본도 올해 오사카 엑스포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UAM 시범비행을 위해 버티포트 구축, 기체 인증, 운항사 선정 등 다양한 준비를 했고, 실제로 행사장 내에서 헥사(Hexa)라는 eVTOL 항공기로 시연까지 진행했지만 정기적인 상업운항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앞서 프랑스도 파리올림픽에서 시범운용을 했지만, 실제 상용화는 실현하지 못했다. 반면, 중국이 내수용으로 빠르게 UAM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체 기준을 마련해 준비하고 있어 국제 기준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정부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사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국토부가 당초 2025년을 목표로 했던 UAM 상용화 일정을 최근 유동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안다”면서 “상용화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기업들이 준비될 때까지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인프라, 관련 법·제도 등도 여전히 미흡
UAM 운항을 위한 버티포트(이착륙장), 통신망 등의 인프라를 비롯해 관련 법‧제도와 안전기준, 교통관리체계 등 제도적 준비도 미흡하다는 지적도 참여 업체들 사이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K-UAM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 마련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증, 운항, 정비·안전관리 등 전반적인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하지만 현재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또한 인프라도 단순히 시설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정비와 안전 등 운영 전반에 걸친 체계가 필요하다. 물론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참여 업체 관계자는 “UAM 운용을 위한 인프라는 물론, 법·제도 등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사회적 수용성, 안전, 환경 등 다양한 우려와 불확실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공식 목표와 달리 현실적으로 준비 부족과 제도 미비로 참여 업계 사이에서 상용화 시점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K-UAM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 정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UAM 상용화에 대한 업계 분위기는 한때 기대감과 투자로 붐이 일었던 시기와 달리 거품이 꺼진 상태다. 특히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결국 살아남은 업체들만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실적인 상용화 시기도 202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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