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산업계를 덮치는 중국의 테크 굴기를 두고 “정말 큰 위기가 올 수 있는데, 지금이라도 위기를 인식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권 전 부회장은 한국 경영계의 구루 같은 존재다. 지난 2008년부터 거의 16년간 LG그룹 내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현장 경험 때문이다. 사장급 재경부문장 등으로 LG전자에서도 오래 몸담았다. 그가 맡았던 분야는 모두 한국 산업계를 이끄는 주력 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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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 부회장은 중국 산업의 급부상을 두고 △강력한 기업가정신 △풍부한 인재 △파격적인 정부 지원 등을 힘으로 꼽았다. 이를테면 글로벌 배터리는 현재 중국 천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 BYD, CALB, 고션 등의 점유율을 더하면 62.4%에 달한다. 배터리 음극재 시장과 양극재 시장은 톱10이 모두 중국 회사들이다. 이외에 AI, 로봇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등은 이미 한국을 멀찍이 앞섰다.
그는 다만 “한국도 아직 기회가 있다”며 AI를 통한 스마트 팩토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를 지냈을 당시 이미 미국 공장을 중심으로 스마트 팩토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권 전 부회장은 “특히 배터리는 매우 예민한 제품”이라며 “모든 것을 데이터에 근거해 기계가 움직이도록 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중국과 차별화를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해지면 품질도 더 좋아지고 비용도 적게 들고 공급도 제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오는 2030년께 기회가 올 것”이라며 “지금의 시련이 약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근 한국 산업계는 배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에서 제조AI(AI와 제조업의 접목) 논의가 많아졌다. 주요 첨단산업에서 불량을 줄이고 수율을 높이려면 생산공정에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전 부회장은 한국이 중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역시 양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전기차용·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그는 “LFP 시장은 해야 하지만 중국만 따라가면 승산이 없다”며 “LFP를 어느 정도 하면서 차세대 제품에 자원을 확 투입해 승부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대량 양산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권 전 부회장은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는 수요가 무궁무진한 국가전략산업”이라며 “(중국에 맞서려면) 정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부처 개편을 해서라도 일사불란하게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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