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다른 의미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팀 내 부상자가 속출한 KIA 타이거즈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KIA는 현재 부상 병동이다. 이범호 KIA 감독이 선발 라인업을 꾸리기 힘들 정도로 아픈 선수가 많다. 특히 나성범(종아리) 김도영(햄스트링) 김선빈(종아리) 곽도규(팔꿈치) 등 전열에서 이탈한 선수가 대부분 주축 자원이라 더 치명적이다.
빈자리를 채우는 건 백업 선수들이다. 오선우·김석환·김규성·김호령 등 존재감이 미미했던 퓨처스(2군)리그 자원의 1군 출전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31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포수(한준수)와 지명타자(최형우)를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이 사실상 백업 자원으로 꾸려졌다. 특히 외야 세 포지션은 김석환(좌익수) 김호령(중견수) 오선우(우익수)로 모두 새 얼굴.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전력과 비교하면 큰 틀의 차이가 있다. 이는 곧 전력 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팀으로선 난관의 연속이지만 백업 선수들에겐 '기회의 장'이 열렸다. 프로 초창기 방출의 설움을 이겨내고 KBO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한 KIA 베테랑 최형우는 "여기 있는 친구들(백업)한테 말도 안 되는 기회가 온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기회가 다 열려있다. 더군다나 잠깐도 아니고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이 돌아오려면) 한 달 두 달이다. 주전들이 와도 자기가 안 밀려날 정도로 실력도 필요하고 운도 필요하지만, 그런 마인드로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유격수 박찬호도 "누구든지 시작은 그렇다.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그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주전이 되는 거지 어느 누구도 '너 주전이야'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자리를 얻기 때문에 뭐라고 할까, 순리인 거 같다"라고 했다.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도 있다. 2019년 입단, 지난 시즌까지 통산 안타가 32개였던 오선우는 올 시즌에만 벌써 37개의 안타(이하 5월 31일 기준)를 때려냈다. 홈런은 이미 커리어 하이인 5개. 김호령은 지난달 2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무려 741일 만에 한 경기 3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상급 수비 실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타격이 아쉬웠는데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군 통산 홈런이 66개에 이르는 김석환, 김도영의 동기로 팀 내 손꼽히는 타자 유망주인 윤도현 등도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는 중이다.
이범호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한 명 한 명 돌아오는 시점까지 팀이 잘 버티고 있으면 괜찮은 시즌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부상 선수가 언제 돌아온다는 생각보다 지금 있는 선수들과 최선을 다해서 경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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