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중국 대표 기술기업들이 엔비디아 칩 없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길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 수출 규제 강화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이 막히면서 화웨이 등 자국산 반도체를 활용하는 대체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들이 AI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칩 개발 및 국산 반도체 시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달 기능을 제한한 엔비디아 ‘H20’ 칩까지 수출을 통제하면서 기업 대응도 본격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보유한 엔비디아 칩 재고는 내년 초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칩을 주문해도 선적까지 3~6개월이 걸리는 데다 엔비디아가 대체 칩을 언제 공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GF증권은 엔비디아가 미국 수출 규정을 준수하는 신형 칩 생산을 7월 초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이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AI 학습은 기존 엔비디아 칩으로 유지하고, 추론 부문에는 화웨이 등 자국 칩을 사용하는 전략이다. 선둬 바이두 AI 클라우드 책임자는 “다양한 대체 칩 옵션이 있고, 자국산 칩과 자체 소프트웨어가 장기적인 혁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는 대표적인 대체 칩이다. 과거에는 주로 국영기업이나 민감한 산업에서 사용됐지만, 최근 들어 민간 빅테크 기업들까지 관심을 보이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수출 통제가 오히려 고성능 AI 칩의 독자 기술 개발을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환은 쉽지 않다. 기존에 엔비디아의 CUDA 프레임워크로 개발된 AI 코드들은 화웨이 CANN 시스템으로 이식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디버깅과 최적화에 화웨이 측 지원이 필요하다.
화웨이 외에도 캠브리콘, 하이곤 등도 시험 대상에 포함됐다.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자체 칩 개발도 병행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AI 기업 아이플라이텍이 화웨이 ‘910B’ 칩만으로 훈련한 추론 AI 모델을 공개했다. 이 칩의 효율성이 1년 만에 엔비디아 대비 20%에서 80% 수준까지 개선됐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이달 화웨이 칩 사용에 형사 처벌 가능성을 경고하며 통제 수위를 높였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대체 칩 시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중국 내 AI 생태계는 점차 ‘포스트 엔비디아’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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