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3보다 값진 ‘현대가 더비’ 역전승…전북의 ‘별이 9개’ 정신이 깨어난 날

전북 선수들이 5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홈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둔 뒤 관중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에는 단순한 승점 3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승리였다. ‘현대가 맞수’ 울산 HD를 꺾고 K리그1 선두를 굳건히 했음은 물론, 이제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로 올라섰음을 알리는 경기였다.

전북은 5월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7라운드’ 홈경기에서 울산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10분 울산 이청용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 25분 송민규의 동점골로 흐름을 바꾼 전북은 후반 41분 박진섭의 역전골, 후반 추가시간 티아고(브라질)의 쐐기골로 완벽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로써 전북은 선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난달 27일 대구FC를 4-0으로 완파하고 1위에 오른 전북은 이날 연승을 통해 선두를 수성했다. 특히 3월 16일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2-2 무)부터 13경기 연속 무패(9승4무)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날까지 승점 35(10승5무2패)를 쌓아 2위 대전하나시티즌(9승5무4패·승점 32)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르고도 1위를 지켰다. 반면 울산은 3위(8승5무6패·승점 29)에 머무르며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졌다. 이번 시즌 초반 상위권인 이 3팀 중 전북의 기세가 압도적이다.

더 의미 있는 대목은 역전승이라는 점이다. 이날 전북은 상대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았고, 침착한 빌드업으로 곧장 동점을 만들었다. 지난해와 가장 큰 차이다. 당시 전북은 시즌 내내 실점 후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경기 운영이 흔들리는 약점을 드러내며 10위까지 추락해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렀다. 그러나 이날은 실점 후에도 흐름을 되찾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전북의 반등 중심에는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이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부임 당시 “우승보다 팀 안정이 먼저”라고 강조했고, 시즌 초반부터 수비 조직력 강화에 집중했다. 수비가 안정되니, 공격진도 살아났다. 공격 선봉은 전진우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하며 리그 득점 선두로 5월을 마무리한 그는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으로 팀을 구해내고 있다.

홈 팬들의 응원도 주목할 만했다. 울산전 전주월드컵경기장은 개장 이래 처음으로 판매 가능한 좌석(3만2560석)이 매진됐다. 실점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인 팬들의 응원은 전북 선수들의 에너지로 직결됐다. 포옛 감독도 “팬들의 열띤 응원이 이 같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시즌 초만 해도 전북의 목표는 ‘재도약’이었다. 하지만 이제 오랜 기간 묵혀둔 우승이라는 목표를 조금씩 다시 꺼내고 있다. 이날 송민규가 득점 후 유니폼 엠블럼에 새겨진 별 9개를 가리킨 뒤, 양손으로 손가락 9개를 펼쳐 보인 세리머니는 K리그 최다 우승(9회) 팀의 자부심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백현기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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