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내란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또 호소하고 나섰다.
앞서 윤 전 대통령 국민의힘 탈당 메시지로 '김문수 지지'를 호소하고 이어 부정선거론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 관람하면서 선거에 개입한지 열흘 만에 다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번 21대 대선이 '尹내란사태와 대통령직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은 끝칠줄을 모른다.
최근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비하 발언'으로 모처럼 공세를 펼치던 국민의힘은 대선을 사흘 앞두고 다시 불거진 '윤석열 내란 리스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즉각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으나 정작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윤석열=김문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尹, 탈당 메시지·부정선거론 다큐 관람 이어 '김문수 지지'하며 선거개입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은 6.3대선 3일전인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훈 목사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호소문을 대독했다.
호소문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오는 6월 3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셔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시기를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어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하면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이 나라의 자유와 미래를 지킬 수 있다"며 "지금 기회를 놓치면 너무 많은 시간과 희생을 치러야 하고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정상국가의 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면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며 "지금 김문수 후보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했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국민의힘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관계 단절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러나 탈당 당일에도 윤 전 대통령은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 관람하면서 사실상 선거개입에 나섰다.
당시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다시 구속해 달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강한 반발이 나왔으나 이날 다시 호소문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면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내란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는 모습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말라" 장동혁 "잘못된 과거와 절연"
김문수 측 "尹, 당과 관계 없는 자연인...언급할 내용 없어"
이에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호소문 발표에 대해 서둘러 선을 긋고 나섰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국민의힘은 당헌을 개정해 대통령의 당무개입 금지를 명문화했다"며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방지 당헌 개정"이라고 썼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라며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당헌을 개정해 윤 전 대통령을 자동 출당시키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선대위 상황실장도 1일 기자회견에서 "이미 탈당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들어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당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잘못된 과거와 절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호소문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충형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특정 집회 부분은 저나 후보님께서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며 "아시다시피 윤 전 대통령은 당을 떠나셨고, 현재 자연인으로서 당과 관련이 없다. 그다지 언급할 내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에 대해서도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만나는 게 좋지 않겠나. 재판도 잘 받아서 억울한 점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이 완전히 일소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오히려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내란후보 극명히 보여줘" 박지원 "김문수 찍으면 윤석열이 상왕"
민주 "尹, 자신 사면해줄 후계자로 김문수 간택"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내란 종식'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공세를 집중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31일 유세에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며 "극우 인사의 지지, 지원을 받는 내란 후보가 바로 김 후보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 같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석열의 호소문은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의 후계자이고 극우 내란 후보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김문수 후보는 부정할 수 없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후계자이고 대리인"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윤석열은 자신을 보호해주고 사면해줄 후계자로 김문수 후보를 간택한 것"이라며 "6월 3일 투표의 힘으로 내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6월 3일 대선에서 내란을 완전 종식하고, 내란 세력의 집요한 내란 연장 획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그리고 윤석열을 다시 구속해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이 김문수 후보 지지 메시지를 낸 것을 극우 공동정권을 꾸리려는 포석이라고 봤다.
박 위원장은 "2번을 찍으면 김문수 윤석열 전광훈 3인 공동정권이 탄생해 내란이 계속된다"며 "김문수를 찍으면 윤석열은 상왕, 전광훈은 태상왕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윤석열=김문수=국민의힘"
개혁신당 "김문수-국민의힘, 尹 손아귀에 있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윤석열=김문수=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지난 6개월의 혼란은 윤 전 대통령 때문"이라며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지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윤석열=김문수=국민의힘"이라고 썼다.
개혁신당 문성호 선거대책본부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윤석열과 김문수는 한 몸이고,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변인은 "윤석열은 내란우두머리로서 법정의 심판을 받고, 그 휘하 친윤 세력들까지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 것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문수와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손아귀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이 탈당을 했다고 변명해봤자, 윤석열의 최측근 윤상현을 선대위원장에 임명하고 전광훈이 아스팔트 우파를 동원해 돕는 모습을 보면 김문수의 뒤에 윤석열과 전광훈이 있다는 것을 모를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문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인 입으로 윤석열을 비판한 적이 없다"며 "여전히 윤석열의 충신으로 꼿꼿하게 지조를 지키고 있고, 윤석열은 애틋하게 김문수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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