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프로축구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상승세가 매섭다. 불안한 시즌 초반을 뒤로하고 최대 라이벌까지 잡아내며 4년 만의 리그 우승을 정조준한다. 전북의 상승세엔 ‘우승 DNA’를 심은 거스 포옛(58) 감독의 리더십이 밑바탕이 됐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PO) 진출 굴욕을 맛본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포옛 감독을 선임했다. 포옛 감독은 먼저 냉정하게 팀 상황을 진단했고, 선수들의 체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북을 두곤 지난 시즌을 준비하면서 체력 훈련을 등한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고, 실제로 시즌에 돌입하자 선제 득점을 하고도 후반 15분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체력적인 부분은 시즌 내내 전북의 발목을 잡으면서 강등 위기에까지 놓이게 했다.
포옛 감독은 지난 동계 훈련 때 가장 먼저 선수단 식단부터 손봤다. 아들이자 영양학에 일가견이 있는 디에고 포옛(30) 코치의 체계적인 분석에 따라 식단을 짰다. 전북 관계자에게 따르면 선수들은 동계 훈련 내내 단백질이 가득한 닭가슴살을 필두로 저염식 토마토 파스타 등을 섭취했다. 반면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와 닭다리, 닭 껍질 등은 ‘금지령’이 떨어졌다. 이러한 식단은 강력한 체력 훈련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시즌 초만 해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지난 6라운드 FC안양 원정 경기에서 경기 막판 수비수를 6명이나 투입하는 ‘백6’ 전술을 구사한 것도 비판을 받았다. 전북의 고유한 팀 컬러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버렸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전북은 이 경기 이후 리그 12경기 무패(9승 3무)를 달렸다. 전북 관계자 역시 “6라운드 경기가 올 시즌의 변곡점이 됐다”고 밝혔을 만큼 포옛 감독의 결단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 분위기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 시즌과 달리 질 경기에 비기고, 비길 경기에 이기면서 ‘위닝 멘탈리티’가 자연스럽게 심어졌다. 지난달 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7라운드 울산 HD와 ‘현대가 더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북은 최근 2년간 K리그1에서 부진했던 탓에 이번 현대가 더비 이전까지 10경기에서 2승 2무 6패로 열세였다. 전북은 이번 경기에서도 전반 11분 상대 이청용(37)에게 먼저 실점을 허용했으나 전반 25분 송민규(26), 후반 44분 박진섭(30), 후반 52분 티아고(32)의 연속골로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두며 리그 1위(10승 5무 2패·승점 35)를 지켰다.
포옛 감독은 경기 후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전북 선수들은 입을 모아 포옛 감독이 팀을 바꿔놨다고 전했다.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36)는 “감독님은 언제나 선수단이 자신감을 잃지 않게 도와주셨다. 경기를 준비할 때 감독님의 미팅과 메시지가 선수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줬다. 감독님의 말 한마디가 위축된 분위기를 바꿔 놨다”고 밝혔다. 동점골을 넣은 송민규 또한 “감독님께서 선의의 경쟁 구도를 잘 만들어주셨다. 선수들도 위기 의식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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