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음악이 있다. 그리고 그 음악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들려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다. 아이유의 '꽃갈피 셋'은 단순한 리메이크 음반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다시 감싸 안는 하나의 문화적 작업이며, 지금을 살아가는 청자들에게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과거의 초대장이다.
아이유는 리메이크 작업을 통해 단지 옛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정서와 기억, 그리고 감각까지 되살려냈다.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와 같은 곡은 그 자체로 세대를 관통하는 정서적 아이콘이 되었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오마주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감정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아이유의 목소리는 원곡이 가진 감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정서와 감각을 자연스럽게 덧입힌다. 이 점에서 아이유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를 넘어, 시대와 감성을 중재하는 '감성 큐레이터’라 부를 만하다.
- 꽃갈피, 기억과 기록의 사이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시리즈는 첫 번째 음반이 발매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아이유의 음악 여정 속에서 독보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단순히 팬서비스 차원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음악사의 한 지점을 정리하고 조명하는 ‘기록물’에 가까운 의미를 지닌다.
'꽃갈피' 1집에서 ‘나의 옛날 이야기’(조덕배), 2집에서 ‘가을아침’(양희은)과 같은 곡을 재해석했던 아이유는, 8년 만에 발매한 이번 3집에서 서태지, 신중현, 롤러코스터, 화이트 등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리메이크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이러한 선곡은 아이유가 단순한 인기 가수 이상의 존재임을 증명한다. 그녀는 K-POP이 잊어가고 있던 ‘노래의 서사’를 회복시킨다.
- 아이유, 대중음악의 감성 기록자
리메이크는 때때로 ‘과거에 기댄 창작’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유의 작업은 단순한 복원이 아닌 ‘예술적 재조합’이다. 바밍타이거, 원슈타인, 구름 등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오히려 원곡의 분위기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내며,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음악적 발견으로 작용한다.
또한 서태지처럼 원곡자가 직접 반응하고 응원하는 방식의 ‘리메이크 협업’은 문화적 대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원작자와 후배 뮤지션이 세대를 넘어 소통하는 사례는,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흔치 않은 풍경이다.
아이유는 이제 단지 ‘히트곡 제조기’가 아니다. 그녀는 세대를 연결하고, 감정을 보존하며, 문화의 깊이를 더하는 가수다. 세 번째 꽃갈피는 과거를 과거로 남기지 않고, 현재의 리스너들에게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감성’으로 전환한 작품이다.
아이유 '꽃갈피’는 단지 음악을 다시 부른 것이 아닌 우리가 놓쳐온 시간과 감정을, 다시 꺼내고 다시 듣고 다시 살아보게 하는 감정의 재생 버튼이었다.
“꽃은 시들어도, 마음에 남는다”
음악은 그렇게 기억되고, 다시 피어난다. 그리고 아이유는 그 중심에서, 음악이 시간을 이기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국 대중음악이 지나온 길, 지금 놓치고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함께 담겨 있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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