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조원 투자를 약속한 일본제철이 US스틸과의 인수를 사실상 승인받은 가운데, 한국 철강 기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철강 사업의 보호주의를 내세우며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US스틸 공장을 직접 찾아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 25% 수준인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6월 4일부터 두 배인 50%로 상향하겠다"라고 밝히면서 명백한 보호무역 기조를 이어갔다. 이는 미국 철강 산업의 상징 기업인 US스틸을 지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보호관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이 해외로 유출되는 우려에 정면으로 맞서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무엇보다 일본제철에서 제시한 미국 내 투자 규모는 14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일본제철과 US스틸 간 파트너십은 최소 7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미국-일본 간 철강 연합이 한국 철강 산업에는 명백한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에 철강을 많이 수출하는 주요국 중 하나로 한국 철강 수출의 약 13%가 미국 시장에 집중돼 있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통계에서도 2024년 기준, 한국은 미국 철강 수입국 4위(29억 달러, 전체의 9%)로 기록돼 있다.
한국 철강 기업 관세 25%→50% 직격타 불가피해
한국 철강 업체들은 이미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으로 50% 상향이 현실화되면서 가격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내세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목 하에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한층 강화되면 한국 철강 수출은 사실상 진입장벽을 넘기 힘든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미 국내 철강 수출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고, 5월(1~20일 기준)에는 감소폭이 12.1%로 확대됐다. 여기에 관세가 두 배로 오를 경우 한국 철강의 미국 시장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로 인해 철강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수출 전략 재정비와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과의 직접적인 비교에서도 일본제철은 대규모 현지 투자를 통해 우군으로 편입된 반면, 한국 기업들은 '적용 제외'를 요구할 만한 협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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