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서원 작가] 우리는 하나의 장면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많은 틈 사이를 응시하고 있다. 감정은 장면 사이의 여백에서 발생하고, 시선은 종종 이야기보다 구조에 끌린다. 병풍과 제단화는 그런 구조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치다. 접히고 열리는 회화는 단지 장면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시선, 시간을 분할하는 하나의 감각적 전략이다. 우리는 그 앞에서 시선을 따라 이동하거나 정면을 응시하며 사건을 통과하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마주친다.
병풍은 동양화의 장황(裝潢) 구조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감상의 흐름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하나의 화면이 아니라, 독립된 여러 폭으로 나뉜 ‘생각들의 조각’에 가깝다. 각 폭은 독자적이고, 동시에 반복되며, 병치되고, 어긋난다. 우리는 그 앞을 걸으며 시선을 옮기고, 시간 없는 화면에서 시간의 흐름을 상상한다. 병풍은 선형적인 서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첩되고 느슨한 장면들을 통해 관람자의 감각이 알아서 하나의 ‘정서 흐름’을 구성하게 만든다. 그래서 병풍은 말하지 않지만, 감정을 유도하지 않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회복이 일어난다.
이와는 다르게 서구의 제단화는 구조가 명확하다. 닫히고, 열리고, 드러난다. 그 앞에서 관람자는 한 자리에 머물며 개폐의 리듬을 따라간다. 날개 구조를 통해 사건은 시간적으로 정렬되고, 중심 장면이 강조된다. 제단화는 시선을 묶고 감정을 조율하며, 신학적 내러티브 안에 감상자를 위치시킨다. 예배의 연출이자 회화의 연극이다. 말하자면, 병풍이 관람자에게 느끼게 한다면, 제단화는 관람자에게 보여준다. 하나는 감정의 리듬을 풀어놓고, 하나는 감정의 의미를 구조화한다.
어쩌면 병풍은 감각의 회복에 더 가까이 닿아 있고, 제단화는 믿음의 각본을 따르려 한다. 병풍이 상징을 해체하며 경험의 여백을 허용한다면, 제단화는 믿음의 기승전결을 따라 감정의 결론을 제시한다. 이 둘은 회화를 감상하는 방식이 얼마나 문화와 종교, 공간의 구조에 따라 다르게 설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동시에 오늘날 이미지 소비의 방식이 감정을 설계된 구조 안에서 제한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느끼는 감각을 회복할 필요성을 예술은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둘은 회화를 감상하는 방식이 얼마나 문화와 종교, 공간의 구조에 따라 다르게 설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동시에 오늘날 이미지 소비의 방식이 감정을 설계된 구조 안에서 제한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동양의 ‘장황(裝潢)’이라는 고유한 형식은 회화의 구조와 감상의 방식을 동시에 설계했던 문화적 장치로서 다시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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