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보물(미생물) 속에서 보물(유용 미생물)찾기
난배양성 미생물 배양 기술 보유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 활용한 미생물 연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열렸다. ‘미생물’은 의료, 환경,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있으니 바로 유용 미생물 분리의 어려움이다. 수십억 또는 수조 개에 이르는 미생물 중 유용한 미생물 찾기는 보물 중에서 보물찾기에 비유된다. 김종걸 교수는 보물을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라며 수많은 미생물 사이에서 필요한 미생물을 분리해낼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력을 소개했다. 대항해시대, 도시 전체가 황금으로 도배된 전설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수많은 정복자가 나섰듯, 유용 미생물을 찾기 위한 연구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김종걸 교수도 도전장을 내밀고 미생물의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오늘도 현미경을 들여다본다.
99%의 난배양성 미생물 분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김종걸 교수는 사람이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은 전체 1% 정도라며, 나머지 99%는 난배양성이라고 설명했다. 난배양성이라 하면 기존의 배양 방법으로 생장할 수 없는 미생물이 해당한다. 그래서 배양 조건이 까다로운데, 김종걸 교수는 이 99%를 대상으로 미생물을 분리하고 배양하는 연구를 대학원 때부터 15년 여 진행해오고 있다. “저는 오랫동안 정통적인 미생물 분리 배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바이오인포매틱스라고 하는 생물정보학이 대세를 이루며 저도 이를 방법론으로 미생물 연구에 활용합니다”라며 그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정보를 통해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연구 분야가 생겨났고, 이를 통해 미생물의 중요한 기전이 발견되면 이 정보를 기반으로 미생물 분리 배양연구에 참고하게 됩니다. 지구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고, 물질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해 이를 기록하고 확보하는 연구를 합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특정 미생물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험실에서 분리·배양이 이뤄져야 하며, 현재 난배양성 미생물의 바이오인포매틱스 정보를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추정한 후 배양 조건을 맞추게 됩니다. 미생물 분리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최대 난제인데요, 수많은 미생물 중 필요로 하는 미생물을 분리해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우리 연구실에 가장 큰 장점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고균(古菌, Archaea)을 아시나요?
고균(Archaea)은 세균(Bacteria), 진핵생물(Eukarya)과 함께 생물 분류의 세 가지 주요 영역(Domain)을 구성하는 독립적인 계통군이다. 분류학적으로 고균과 세균 간의 유전적 차이는 인간과 이끼 사이보다도 훨씬 크며, 유전체 분석 결과 고균은 세균보다 진핵생물인 인간과 더 밀접한 진화적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서 고균 연구는 인간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으며, 김종걸 교수는 이 분야에서 고균의 분자생물학적 특성과 생태적 기능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는 충북대학교에서 대학원과 박사후과정을 거치며 고균 및 극한환경미생물 관련 연구 성과로 세 차례 한빛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첫 번째가 해양 대표 3대 미생물에 속하는 암모니아 산화 난배양성 고균을 분리하여 생리적 특성을 연구한 것으로 이 고균은 저를 대표하는 미생물입니다(Kim et al, 2016, PNAS). 두 번째는 제가 발견한 고균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를 분리해 낸 것이며(Kim et al, 2019, PNAS), 마지막은 쇄빙선(아라온호)을 이용해 2회에 걸쳐 서남극해 아문센해역을 탐사하면서, 식물플랑크톤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고정된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는데 이바지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관련 메커니즘을 밝힌 것입니다(Kim et al, 2019, PNAS)”
바이러스를 통한 해양 고균의 특이 면역 시스템 연구
원광대학교에 부임 이후에도 고균은 그의 대표적인 연구주제이다. 2023년 ‘바이러스를 통한 해양 고균의 특이 면역 시스템 연구’로 우수 신진 과제에 선정돼 현재까지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순수배양체를 가지고 있는 연구그룹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난배양성 미생물 배양 기술이 없으면 이 과제가 성립될 수 없으며,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실험실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진에서 확보한 해양 고균과 2019년도 최초로 해양 고균 바이러스를 분리해낸 기술을 통해, 현재 추가적인 다양한 고균 바이러스 배양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해양 고균에는 기존에 알려진 CRISPR/Cas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면역시스템 존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라고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한 그는 “해양 생태계에 우점하고 있는 핵심 미생물인 고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상호작용/오믹스 분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고균의 특이적 면역시스템을 확인함으로써 해양 물질순환에 이바지하는 생태학적 중요성 규명뿐만 아니라 제2의 CRISPR/Cas 시스템을 발견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난배양성 해양 고균 및 바이러스 분리 배양 기술을 이용한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 규명에 관한 연구는 한국의 환경 미생물학 분야의 연구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고균은 진화적으로 인간과 매우 유사하며, 고균 바이러스의 생활 방식이 거의 진핵생물의 바이러스와 유사합니다. 이는 고균의 면역시스템은 추후 인간의 면역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바이러스성 면역 치료제의 원천기술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불어 그의 연구실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 수 있는 미생물 분리와, 이산화탄소를 먹는 탄소 저감 미생물 분리 연구 등도 이뤄지고 있다.
인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분리, 배양 도전
이제 인간 생명 연장의 새로운 화두는 ‘미생물’이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대안으로 인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바이오산업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회자된 지는 15년이 넘었지만, 아직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는 건 난배양성 미생물 분리 문제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인간 장내는 혐기성 조건이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 대부분은 절대 혐기성 미생물로 산소에 노출되면, 성장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균주를 분리, 배양해서 대량 생산하기까지는 굉장히 까다로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미생물 분리, 배양에 자신감을 갖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뛰어들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컨소시엄 과제로 ‘글로벌 인공지능 오믹스 융합기술 적용 난배양성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질환 맞춤형 파마바이오틱스 소재 개발 및 제품화’에 선정돼 김종걸 교수는 희귀질환별 선별된 난배양성 균주(유해균 및 무해균)를 분리하고 분리된 유용 미생물의 특성 및 유전체를 분석하는 연구를 맡았다. 김 교수가 그간 수행한 미생물 간 성장을 촉진하는 상호작용 및 순수 분리 배양 실험 노하우를 난배양성 장내 미생물 군집에 적용하며 그가 미생물 장르를 해양 고균에서 인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까지 확장한 부분이 눈에 띈다.
나의 연구 버킷리스트
김 교수는 인터뷰하며 자신의 연구 버킷리스트 2가지를 밝혔다. 첫 번째는 우수 신진 과제이기도 한 고균의 면역시스템 찾기다. 현재 비극한 암모니아 산화 고균의 면역시스템은 밝혀진 바가 없고, 알려진 원핵미생물 면역시스템인 CRISPR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면역시스템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균이 인간과 계통학적으로 가까워서 고균의 면역시스템을 찾는 건 특이적 인간 면역시스템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래서 그는 “제가 해양에서 암모니아 산화 고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분리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019년도에 보고된 이후, 추가적으로 총 7개의 새로운 바이러스를 분리하였고, 그에 따른 해양 고균 숙주도 추가적으로 2종 더 확보한 상태이기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균 면역시스템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저의 인생 숙제이기도 합니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이다. 그는 아직 국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신약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건 유용한 미생물을 분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난배양성 미생물 분리 기술을 바이오 신약 개발에 적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며 창업에 대한 포부도 덧붙였다. 그의 두 가지 버킷리스트는 현재 그가 진행 중인 연구과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초와 응용을 아우르는 미생물 연구스토리를 이어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연구자가 희망하는 연구주제와 펀드의 일치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 희망하는 연구가 사회가 원하는 연구이기도 하다는 뜻이어서,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굉장히 이상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한 행운아이기도 하다. 또한 김 교수는 그가 분리한 미생물 자원을 모아 미생물 뱅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생물 뱅크가 만들어지면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한 연구재료로 제공할 수 있어, 미생물 연구의 질적, 양적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의 가능성을 보고 연구하며, 실패한 연구 결과에도 얻는 것이 있다”
김종걸 교수 연구그룹은 ‘고균의 특이 면역 시스템 연구’ 관련 우수 신진 과제와 ‘난치성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과제 등을 수주하며 도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했다. 이에 학생들도 관심을 두고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린다. 그는 연구실 이름을 짓는데 상당히 고심했다며 기자에게 소개했다. “루미에르인데요, LUMiR 즉, Lab for Uncultured Microbial Resources라는 뜻으로 음은 ‘빛(Lumiere)’을 연상시키며, 감춰진 생물 자원을 밝힌다는 뜻입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유용 미생물을 찾아내는 연구그룹이 되겠습니다”라며 김 교수는 환경 또는 인체에 존재하는 미지의 난배양성 유용 미생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에게 우스갯소리로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1%의 지식으로 미생물학을 공부하는 거예요”라며 “나머지 99%는 앞으로 연구자들의 몫이고, 기존의 지식이 너무 적기 때문에 누가 먼저 발견하느냐에 학문적 가치가 커집니다. 그래서 기존 지식에 의존하기보다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거기에 성실함까지 더해진다면 대학원생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능력들을 키워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지도교수님께 감사를 전했다. “충북대 이성근 지도교수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학위과정 및 박사후연구원 때,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많은 지원을 해주셨거든요. 덕분에 창의성을 키우고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걸 교수가 다루는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그의 포부는 담대했다. 연구와 교육 그리고 창업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교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기존에 밝히지 못했던 미생물 연구 성과로 미생물 연구사에 족적을 남기겠다는 포부 또한 느껴진다. 그는 생물을 다루는 연구자로서 힘도 많이 들법하지만, 나름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미생물에 대한 사랑으로 힘듦을 극복해가고 있다. 그를 통해 학생들도 연구자의 모범을 배우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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