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장마 전선이 올라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벼락이 잦다.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낙뢰는 늘 재해로 여겨지지만, 아마존 숲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번개가 땅으로 떨어질 때마다 어떤 나무는 오히려 더 잘 자란다.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톤카콩나무가 그렇다. 28일 월간산 보도에 따르면, 이 나무는 낙뢰에도 거의 손상을 입지 않으며,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더 많은 씨앗을 만들어낸다.
번개가 피해를 주고, 기회를 만든다
톤카콩나무는 파나마를 포함한 중남미 지역에서 자란다. 키가 크고 줄기가 곧으며, 땅에서 높이 솟아 있는 구조 때문에 낙뢰를 자주 맞는다. 하지만 이 나무는 벼락에 강하다. 전기가 나무의 줄기를 타고 지면으로 빠르게 전달되며, 줄기나 가지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다.
미국 캐리생태계연구소 연구팀이 지난 2월 '신식물학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파나마의 바로 콜로라도 자연기념물 보호구역에 전기 센서와 고속 카메라를 설치해 낙뢰를 관측했고, 총 93건의 벼락 사례를 수집했다. 그중 다수는 톤카콩나무에 집중됐으며, 나무는 피해 없이 살아남았다. 반면, 주변의 다른 식물들은 큰 손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낙뢰 한 번에 평균 2400kg에 이르는 식생이 피해를 입었다. 이 수치는 나무 약 9그루와 기생 덩굴식물의 78%에 해당한다. 높은 나무나 넓게 드리운 덩굴일수록 피해가 컸다. 반대로 낙뢰에 강한 톤카콩나무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생존 확률을 높였다.
주변 식물들이 줄어들면서 톤카콩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은 넓어졌다. 더 많은 햇빛이 닿고, 양분 흡수에도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연구진은 벼락을 맞은 톤카콩나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씨앗을 약 14배 더 많이 생산한다고 밝혔다.
향으로 알려진 톤카콩, 그 속에 숨은 구조
톤카콩나무는 씨앗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는 딱딱한 껍질을 깨면 진한 향을 가진 씨앗을 품고 있다. '톤카콩'으로 불리는 이 씨앗은 바닐라, 시나몬, 아몬드 등이 섞인 듯한 향을 낸다. 이는 쿠마린이라는 방향 성분 때문이다.
톤카콩은 향수, 비누, 화장품 원료로 널리 쓰인다. 향이 강하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고급 향료로 분류된다. 유럽에서는 디저트나 초콜릿에 소량 첨가해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쿠마린은 과다 섭취 시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어, 미국에서는 식용으로 금지돼 있다. 일부 셰프는 식재료로 쓰기보다는 향을 덧입히는 방식으로만 사용한다.
향료로서의 가치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성장 방식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낙뢰에 강한 구조는 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높은 확률로 벼락을 맞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구조다. 주변보다 먼저 벼락을 맞지만,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은 씨앗을 남긴다.
살아남는 구조, 숲의 흐름을 바꾸다
톤카콩나무는 낙뢰를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벼락 피해가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이 비고, 햇볕이 깊숙이 들어온다. 덕분에 스스로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된다. 이 구조는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만든다.
숲 전체를 보면, 낙뢰의 영향으로 특정 지역에서 톤카콩나무의 밀도가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낙뢰가 잦은 곳일수록 주변 식생이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톤카콩나무가 채운다.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구조가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선택적으로 살아남은 결과다.
씨앗 하나에서 시작된 나무는 낙뢰와 환경을 이겨내며 성장한다. 그 구조와 적응력은 우연이라기보다 축적된 생존의 결과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열대 수종이지만, 그 속에는 자연의 복잡한 논리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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