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비만 치료제 '위고비' 개발 이후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던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약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으며 위상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사 일라이릴리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지난 2024년 3월 기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은 46.1%에 그쳤고, 일라이릴리는 53.3%를 차지하며 선두로 올라섰다.
일라이릴리의 주력 제품 '젭바운드'는 임상시험에서 노보노디스크의 대표 비만약 위고비보다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던 노보노디스크가 후발주자에게 밀리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초기 수요 예측 실패였다. 과거 비만약 삭센다의 부진을 경험한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2022년 위고비 출시 당시 보수적인 생산 전략을 고수했다.
그러나 출시 5주 만에 삭센다의 5년 누적 처방량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수요가 나타났고,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라스 프루에르가드 요르겐센 최고경영자(CEO)는 수요를 일시적이라 판단하고 생산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뒤늦게 위탁생산업체 카탈렌트를 인수했지만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차세대 비만 치료제 '카그리세마'의 임상 결과가 기대를 밑돌면서 지난해 12월 주가가 20% 넘게 폭락하고, 1,000억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충격을 겪었다.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위고비의 부진은 이어졌다. 위고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으나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매출도 15% 증가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에 비해 다소 저조한 성적표였다.
이에 대응해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6일 요르겐센 CEO를 전격 해임하고, 미국 최대 제약 소매 체인 CVS와 협력해 위고비를 우선 처방 약물로 지정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뒤늦은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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